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이 단절된 상황에서 방북해 북측과 협상을 계속중인 윤만준(63) 현대아산 사장이 14일 오후쯤 돌아올 것으로 알려져 어떤 성과물을 들고올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을 비롯한 북한 측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윤 사장은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박왕자(여·53)씨 피격 사건의 경위를 전달받는 한편 남북한 당국의 공동 진상조사방안 등 사건수습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확히 누구를 만나 어떤 대책을 논의했는지는 밝히기 어렵지만 사태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협의를 시도하는 중”이라며 “(윤 사장이)늦어도 14일까지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한 윤 사장의 행보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이 꽉 막혀 현대아산이 유일한 대화채널로 남아있기 때문. 정부는 12일 오전 판문점 남북연락관 통화에서 북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박씨 사망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고 현지조사를 거부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현정부에서는 공식채널이 아닌 다른 대북채널을 통한 대화도 쉽지 않아 윤 사장의 방북 결과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윤 사장 등 방북한 현대아산 측 일행도 14일 현지에서 팩스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남측 언론보도를 살피는 등 관련 여론에 예의주시하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방북 전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히 정부의 어떤 요청을 받았다기보다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여 그런 부분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사장 일행은 사고 하루 뒤인 지난 12일 방북 직후 곧바로 사건 발생 현장을 방문하고 윤씨의 시신을 수습했던 현장 직원들을 만나는 등 정확한 진상 조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당국간 현장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남측에서 유일하게 현장에 접근해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이 윤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사장 일행과 북측과의 협의 및 현장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자칫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 당국이 계속 강경 기조를 고수하는 가운데 민간사업자인 현대아산 측이 대화채널로 제대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