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초병의 피격으로 숨진 박왕자(여·53)씨가 걸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산 해수욕장 통제구역 일부가 펜스없이 모래언덕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보면 높이 3.5m, 길이 70m 가량의 연두색 펜스가 보도블록이 깔린 산책로 인근에서 백사장을 가로질러 바다 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펜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까지 32m 가량은 높이 1~2m, 폭 2~3m 정도의 모래언덕만 있었다. 특히 펜스와 맞닿은 부분은 높이가 1m 정도에 불과해 성인이면 쉽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여서 누구든 무심코 모래언덕을 넘어 통제구역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 펜스를 설치한 현대아산 측은 펜스를 바닷가 끝까지 설치하지 않고 모래언덕으로 대신한 이유에 대해 구조물이 쓰러지거나 쓸려 내려가는 등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의 장소는 실개천이 바다와 맞닿은 곳이어서 예전에도 펜스를 세웠다가 몇 차례 물길에 쓸려 쓰러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입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경고 표지판이 산책로 주변에만 세워져 있고 모래언덕 근처에는 아무런 경고 문구가 없었던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두운 새벽시간대에 산책로가 아닌 해변을 따라 산책하던 박씨가 수십m 떨어진 경고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모래언덕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측은 “관광객들이 아무래도 산책로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부근에 경고표지판을 세워놓았다”며 “사고가 발생한 만큼 펜스나 경고표지판 설치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통제구역에 들어갈 경우 생명의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펜스 설치 등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을 진행해 온 현대아산 측이 그동안 안전불감증에 빠져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관광객 안전을 위한 안전대책에 대해 처음부터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들이 이번 사고 발생지역을 통제구역인 줄 모르고 드나들다 북한군의 제지를 받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언니는 “동생과 함께 금강산에 갔던 중학교 동창 역시 사건 전날 산책 도중 통제선을 넘어선 적이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6월 금강산을 찾았던 김홍술 목사도 “안내문 등이 없어 통제구역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책하다 억류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