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여·53)씨가 피격당해 숨진 지 3일이 지난 14일에도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풀리기는커녕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북한 초병이 몇발을 발사했는지, 박씨가 어디서 피격됐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정보는 북한이 현대아산을 통해 밝힌 내용이 전부인데다, 그나마도 목격자의 진술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 북측 초병, 몇발 발사했나 = 북한이 사건 발생 하루만인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북한 초병은 당일 오전 박씨에게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했으나 계속 도망쳤기 때문에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가 가슴과 엉덩이에 두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점을 감안하면, 북측 주장대로 공포탄까지 포함해 사건 당시 3발의 총성이 울렸어야 한다.

하지만 남측 목격자의 발언은 다르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이인복(23)씨는 “북쪽 해안 산 쪽에서 ‘탕’하는 총소리가 났고, 5~10초 뒤 다시 ‘탕’하는 소리가 났다”면서 2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증언했다. 북한 초병이 공포탄을 쏘았다면, 3발의 총소리가 났어야되기 때문에 북한이 공포사격 없이 박씨를 곧바로 겨냥, 실탄 2발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목격자 진술대로 2발이 발사됐다면, 북한 초병이 민간인에 대해 ‘과잉 반응’, 사살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 박씨 피격된 지점은 어디인가 = 북측이 현대아산측에 설명한 박씨의 사건 당일 동선도 미스터리다. 북측의 최초 설명대로라면 박씨는 펜스에서 초병이 위치한 ‘기생바위 근처’까지 최장 1200m를 걸어간 셈이 된다. 즉 박씨는 비치호텔에서 기생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총격을 받은 지점인 펜스에서 200m 앞까지 돌아왔다는 이야기인데, 총 3334m에 달하는 먼 거리다. 비치호텔 CCTV에 찍힌 박씨의 출발시각이 오전 4시30분이고, 북한이 총격을 가한 시점이 4시5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씨는 성인 남성도 힘든 시속 9~10㎞로 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14일 “50대 여성인 박씨가 사망 당시 주로 산책을 했을 것이라는 점, 장소가 백사장이라는 점,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북측 설명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박씨가 기생바위 인근의 북한군 초소까지 간 것이 아니라, 펜스 인근 숲속에 매복 나와 있던 초병이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목격자 이씨가, 박씨가 총격을 받은 뒤 3명의 군인이 숲 속에서 달려나왔다고 진술한 것도 이같은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 북측의 사건 통보는 왜 늦었나 = 또다른 의문은 박씨가 오전 4시50분쯤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는데 무려 4시간이나 지난 오전 9시20분쯤 남측에 통보했다는 점이다. 현대아산측은 이날 아침 인원 조사에서 박씨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북측이 직접 구두로 통보한 뒤에야 사건 발생을 알 수 있었다. 통일부와 현대아산측은 북측도 복잡한 지휘 체계 특성상 보고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미심쩍은 대목이 없지 않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