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 40분 중국 상하이(上海)시 공안국(경찰청) 자베이(閘北)분국. 무직자 양(楊)모(28)가 갑자기 뛰어들었다. 보이는 것마다 칼을 휘두르고 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잠시 뒤 양은 경찰에 의해 제압됐다. 하지만 이미 경찰관 5명이 칼에 찔려 숨지고 다른 경찰 4명과 건물경비원 1명이 부상을 입은 뒤였다.

베이징(北京)올림픽 개최를 30여일 앞두고 중국의 치안에 구멍이 뚫렸다. 잇따라 ‘경찰서 습격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이 집단살해 당하거나 청사가 불타는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잇딴 경찰 피습의 원인과 경위가 어떻든 간에 이는 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두고 국가차원의 치안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안전 올림픽’ 구호가 ‘구두선’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날 상하이에서 벌어진 경찰 집단 피살사건은 경찰의 사건 처리에 앙심을 품은 베이징 출신의 청년에 의해 저질러진 단독범행이었다. 그는 공안분국 사무실 현관에 불을 지른 뒤 곧바로 사무실로 난입해 백주의 활극을 벌였다. 경찰 조사 결과 양은 지난해 10월 자전거 절도 혐의로 이곳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찰의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의 범행은 지난달 28일 구이저우(貴州)성 웡안(甕安)현에서 주민 1만여명이 공안국 청사를 불태운지 사흘만에 일어났다. 당시 주민들은 한 여중생의 강간피살사건을 경찰이 ‘단순 사망’으로 처리하려 하자 소요를 일으켰다.

구이저우 소요사건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찰서 습격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엄중 대응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또 다시 상하이에서의 경찰 집단 피살사건이 일어나 이래저래 중국 정부는 체면만 구기게 됐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