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물가상승 등 잇따른 대내외적 악재들과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올 상반기 창업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예비 창업자들의 경우 창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창업 수요가 줄었고, 기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 역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일부 반짝 특수를 누린 업종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 상반기 창업기상도, ‘계속 흐림’ = 최근 몇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창업시장은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기조 변화와 경제살리기 노력 등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올 상반기 사회 전반에 걸친 경기 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자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등 호재는 없고 악재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 및 경제 전망의 불안정을 비롯해 투자 대비 수익성 하락, 수지 타당성 저조, 짧아진 창업 아이템 회전 주기 등이 창업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연일 계속된 촛불시위의 영향을 받아 한 때 각광받았던 쇠고기 전문점에 대해 창업자들이 당분간 창업이나 영업 확대를 미루는 관망세를 보였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닭, 오리 관련 외식업체들이 사업의 기로에 섰으나 다행히 막바지 매출 회복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같은 전반적인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사업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 삼겹살, 해산물 등 아이템은 ‘반사이익’ = 쇠고기 등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웰빙과 퓨전, 매스티지(명품의 대중화) 아이템 등은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외식업의 경우 반사이익 아이템들이 재미를 봐 국수 전문점과 돼지고기 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해산물 전문점 등이 반짝 인기를 누렸다. 서비스부문에서는 환경 개선업과 자동차 관련 업종, 교육관련업이 상승세이며 유통 분야는 저출산에 따른 고급화 추세에 따라 출산 준비물, 아웃도어 전문점, 기능성 속옷 전문점 등이 각광받았다.

이와 함께 경기불황이 깊어지고 고객들의 지갑이 잘 열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황극복 방안으로 펀마케팅이나 감성마케팅 등 소비자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마케팅을 실현하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해 매출을 올리는 오감마케팅은 올 하반기에도 꾸준한 인기를 보일 전망이다. 업종 전환을 통해 불황을 탈출하려는 업주들이 늘어나면서 리모델링 창업도 각광받았다.

잘 안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창업하는 리모델링 창업은 창업 전문가들로부터 불황 탈출 전략의 하나로 소개돼 왔다. 점포 권리금이 없고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기에 적합하다는 이점이 있다.

◆ 불황·취업난으로 ‘소자본 창업 인기’ =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1억원 내외의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소자본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환경이나 건강 관련 아이템들은 소비자들의 인식 확대에 힘입은 데다 무점포,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젊은층에서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실내 환경 정화업체인 ‘반딧불이’는 환경과 로하스(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 스타일)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에 맞춘 기술력으로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 교육사업으로는 유아 교재 교구 판매점 ‘키즈킹콩’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면서 현장체험 중심 교육시스템으로서의 특성을 십분 발휘했다. 자동차 전문광택점 ‘맥과이어스’는 독창적인 차량 내·외장 관리시스템으로 미국 맥과이어스의 시스템을 적용하고 일본과 독일 기술도 접목시킨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올 상반기 창업 시장은 프랜차이즈 도입 30년 역사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예비 창업자들의 경우 소자본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 가맹점 이익 확대를 위한 교육과 물류시스템을 비롯한 내실다지기에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