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마무리된 19일 미국 워싱턴 미무역대표부(USTR)에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워싱턴 시간으로 이날 새벽 1시쯤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지 못하면 미국 쇠고기 전체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마당이어서 한국측으로서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일 오전 8시40분부터 6시간20분동안 진행된 협상, 그리고 3시간가량의 휴회, 다시 1시간40분의 협상 속개을 거친 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장을 마지막으로 나선 오후 6시40분(한국시간 20일 오전 7시40분)까지도 긴장감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이날 USTR 청사를 떠나면서 협상결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일단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과 협상팀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서울에 가서 대통령에 보고하고 관계 부처 협의 후 협상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부인하지 않겠다”고만 덧붙였다.

그레첸 하멜 USTR 부대변인도 협상타결이라는 말 대신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대표가 협상을 마쳤다”며 “양측은 지난 금요일 이후 몇 차례 만나 기술적인 문제들을 논의했고 한국 쇠고기 시장의 재개방과 한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회복을 돕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에)진전이 있었고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가 상호 합의할 수 있는 방안에 근접했다”며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가 각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상결과를) 협의하게 될 것이며 김 본부장은 오늘 서울로 돌아가지만 서로 계속 연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회의장을 나온 뒤에도 실무협상팀은 곧바로 USTR에서 나오지 않아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할 기술적 조치사항’ 마련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하멜 부대변인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규제’에 대해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대사관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상호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를 도출하고 이 합의사항이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에 대하여 진지한 협의를 했다”면서도 “협상은 종료되었지만 김 본부장은 협상결과를 귀국하여 대통령께 보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 후에 최종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지금 협상 결과를 발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간 합의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요골자는 일단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만 한국 시장을 개방하며, 미국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해선 한국으로 수출되지 않도록 보증하는 효과적인 이행방안에 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전날 장관급 회담 종료 후 실무진간 기술적 협의를 19일 새벽 3시까지 계속한 데 이어 이날 오전 7시쯤 실무 협의를 재개했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