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열린 한·미 장관급 협상이 5차례 본회담, 두차례의 비공식 접촉 등 7차례의 협의를 거치는 산고 끝에 종착점에 도달했다. 양측 협상단이 협상내용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고 국내 정부 관계자들도 입을 굳게 닫고 있어 협상수준이 어떤 선에서 타결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또 김종훈 본부장이 귀국, 국내보고 절차를 거친 뒤에도 양국 대표간 접촉선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최종타결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호 만족할 만한 결과에 근접했다”는 정부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유입차단 장치마련’이라는 협상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 내장의 수입제한 확대되나 = 양측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다는 원칙에는 일찌감치 합의했지만 ‘기술적 쟁점’을 놓고 피말리는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기술적 쟁점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출금지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는 자율규제의 ‘시효’와 자율규제를 어긴 미국의 수출업자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규율’할 것이냐는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수출규제 문제도 주요 논의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4월18일 타결된 협상에서 30개월령 미만의 SRM의 범위를 편도 및 회장원위부 등으로 좁혀 뇌, 척수 등의 수입을 허용한 것이 광우병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SRM의 수출규제가 논의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통상전문가들은 30개월 미만 도축소의 머리뼈, 눈, 뇌, 척수, 척추 등 수입위생조건 상 SRM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장부위들을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수출규제를 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또하나의 고개’ 정부-민간 협의 = 하지만 앞으로도 과제는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정부레벨에서 민간 자율규제의 개략적인 틀은 만들어졌지만 ‘정부-민간’레벨의 협의라는 또하나의 고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율규제 기간에 대해 미국내 수출업체들이 동의해줄 것인지, 자율규제에도 불구, 국내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반입됐을 때 반송하는 문제 등을 민간레벨에서 어떤 방식으로 담보할 것인지 등이다. 이 협의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정부레벨의 합의틀마저 흔들리게 된다. 김종훈 본부장이 협상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이나 양측 통상장관이 접촉을 유지키로 한 것도 자칫 정부-민간 협의라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로 국민여론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협상의 성패와 직결돼 있다.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자율규제 기간이 국민기대에 못미치거나 자율규제 위반업체에 대한 제재수단이 미흡할 경우 ‘재협상’여론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종훈 본부장 등 협상단도 이번 합상에 이명박 정부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점을 굳게 인식, 배수의 진을 친 채 협상에 임했고 협상도중 ‘보따리’를 쌀 정도로 결연한 의지를 보인 끝에 나온 성과물이라는 점으로 미뤄 어느 정도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