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국내 검역 및 유통대책과 장관고시 등 정부 후속조치가 발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자율결의에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축산물수입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30개월미만 쇠고기 수출조건을 담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요청했지만 굳이 EV란 명칭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 생각이며, 30개월 이상을 들여오지 않기 위한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이번 협상에서 EV는 아니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율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조치를 얻어 냈음을 시사한다. 이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빗장’을 강하게 걸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장관고시는 미국 협상단이 귀국하는 대로 일정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1일 열릴 정부부처간 협의에서 고시의 관보게재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인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들여오지 않도록 원천 조치를 취했지만 반입될 경우에는 검역과정에서 불합격시켜 곧바로 반송 조치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만약 (미국 작업장)에서 실수로 섞인 것을 적발해 돌려보낸다고 하더라도 과거 수입위생조건처럼 수입중단 시비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입업자가 자율 폐기·반송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이 부문에 대해 미국과 조율이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자율규제의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 800여곳에 이를 정도로 난립하고 있는 축산물수입업자들의 등록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법령개정을 의원입법을 통해 추진키로 했다.

현재 축산물수입판매업은 신고제여서 간단한 영업시설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당경쟁과 저급품 수입의 원인이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방치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반입·유통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허가제 전환과 함께 관련법인‘축산물가공처리법’의 명칭을‘축산물의 위생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바꿀 방침이다. 수입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과거와 달리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처분내용과 뭘 수입했는지 등 영업정보를 공개해 쇠고기 수입에 한층 신중을 기하도록 제재하기로 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