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됐다. 이젠 내부 갈등을 씻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자.”

한미 양국이 쇠고기 추가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것과 관련 국내 통상전문가들은 “아직 협상타결선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만족할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미국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냈기 때문에 국내검역, 유통 과정 등 종합적인 쇠고기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우리정부가 만족할 만한 협상결과를 얻었다고 말한만큼 우리측 안이 상당부분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미국과의 문제보다 국내에서 강도높은 후속조치가 시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어 “민간 자율규제만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수입원산지 표기문제, 검역수준을 높여 수출입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 논리가 아닌 건전한 상식 수준에서 광우병 우려를 제기한 사람이라면 이정도 수준의 협상에 동의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통상법) 교수는 “설령 정부간 명문화 조치를 하더라도 3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100% 들여오는 것은 이상론에 가깝다”면서“이제 미국에서 더이상 확실한 조치를 보장받기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국내 보완 입법을 하루속히 마련해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정부의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자율규제 베이스에서는 미량이나마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섞여서 들어올 수 있는데 이것때문에 협상을 깨자고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의 적용기간과 관련 그는 “미국은 120일 , 한국은 1년간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하는다는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이 부각되면 여론의 반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은 ‘추후논의’를 보장하는 등의 합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수출자율규제를 미국 정부가 어느 수준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보장해주느냐가 관건”이라며 “ 일단 미국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가 개입해 이를 보장해주는데 대해 합의한 것은 굉장히 큰 성과”라고 말했다.

협상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 변호사는 “검역주권 문제나 30개월 미만 소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 등에 대한 부분이 협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월령을 식별하는 방안도 믿음이 안간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고시를 미루고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