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만두지 않는가.” 미국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승리가 확실한 가운데 요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후보 사퇴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경선 판세가 이미 오바마로 기운 데다,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일찌감치 본선 레이스를 선점하고 있어 클린턴의 경선 완주가 오바마의 본선 경쟁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경선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클린턴 자신 밖에 없을 정도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20일 리처드 코언의 칼럼을 통해 “클린턴은 현재 리더십의 시험대에 서 있다”며 경선 완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칼럼에서 코언은 클린턴을 ‘희생자’로 표현하면서 “미국인들은 그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으로 먼저 인식했고, 여성이어서 싫어하는 풍토 때문에 그가 희생됐다”고 진단했다. 클린턴 역시 남편의 섹스 문제를 때때로 언급하면서 나이든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그로 인한 ‘희생자’임을 주요 ‘셀링 포인트’로 삼기도 했다는 것이 코언의 지적이다.

코언은 그러나 이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클린턴이 경선을 완주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특히 그는 영국의 마가릿 대처 전 총리, 인도의 인디라 간디 전 총리 등 여성 지도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은 성별을 떠나 자신만의 리더십을 갖고 있었으며 클린턴은 현재 그들과 비슷한 리더십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보 사퇴 압박이 높은 가운데서도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하는 것은 성별과는 상관없이 어떤 지도자라도 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는 클린턴이 경선 레이스를 시작할 당시 미국 언론들이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와 같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클린턴이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코언은 기원전 480년경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 간에 벌어진 테르모필레 전투를 예로 들면서 “테르모필레는 우리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클린턴은 정확하게 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경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2012년을 내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 후인 2012년이 되더라도 클린턴은 지금의 매케인보다 젊은 65세에 불과해 충분히 다음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언은 “클린턴이 용기 있게 싸울 때 더이상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입장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