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한우 전문점에는 미 쇠고기 전면수입 발표 이후 광우병을 우려해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 업소 앞에는 판매한 고기가 한우가 아닐 경우 1억원을 보상하겠다는 문구가 애처롭게 걸려 있다. 김동훈기자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에서 촉발된 ‘광우병 괴담’이 되레 국내산 한우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한우만 판다’는 푯말까지 내건 음식점들조차 매상 급감에 울상을 짓고 있는 데다 축산농들의 자살도 잇따르고 있다. 한우 판매점과 축산농들은 과거 해외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덩달아 한파를 맞았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내산 한우 매출 급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320석 규모의 D 한우 생고기 전문점.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면서 매상이 평소보다 40%나 감소했다. 이 음식점 매니저 김병수(37)씨는 7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아직 미국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지난 연휴(3~5일)에도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이번 연휴(10~12일)에도 걱정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근의 P 한우 전문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 음식점 양모(37) 지배인은 “광우병의 위험성이 방송 보도를 통해 전해진 뒤 매상이 20~30%가량 줄었다”며 “통상 4~5건에 달했던 저녁시간대 예약건수가 연휴가 끝나고 첫날인 어제(6일)조차 2건 밖에 안 들어왔다”고 전했다. 서초구의 S 식당 주인은 “매상이 반토막 났다”며 울상을 지었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저희 집에서는 오로지 한우만 판매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지만 허사였다. 서울 마포구 음식문화거리에 자리 잡은 고기집들도 상당수가 ‘100% 국내산 한우만 판매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심지어 ‘한우가 아니면 1억원을 보상해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손님 유치에 나선 음식점들도 눈에 띄었다.

◆깊어지는 축산 농가 시름 = 이처럼 쇠고기 수입 반대 과정에서 돌출적으로 나타난 ‘광우병 괴담’이 오히려 국내산 한우의 소비까지 줄이는 역작용을 낳으면서 축산 농가의 고통도 증가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료값 상승에 이어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으로 소값까지 폭락해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경기도에서 낙농을 하고 있는 한 농민은 “주민들이 동네에서 키운 국내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가게에서도 쇠고기를 사먹지 않는다”며 “쇠고기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축산 농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 확산에 대해서는 환영을 하면서도 자칫 광우병 ‘괴담’이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당시 국내산 쇠고기 소비도 급감한 사례가 있다. 전남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농민은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한우 소비 역시 급감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우 농가는 완전히 망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현실 비관해 자살하는 농민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의 우모(56)씨가 소값 하락에 좌절해 음독 자살한데 이어 5일에는 전남 함평에 사는 이모(41)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성진·한동철·임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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