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쇠고기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사실상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질타하면서도 협상의 책임문제를 둘러싸고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쇠고기 협상을 굴욕협상이라고 규정한 반면 한나라당은 야권의 집중포화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박덕배 제2차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노무현정부때 농림장관을 지낸 박홍수 민주당 사무총장과 이혜민 외교부 FTA(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성경륭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검역주권 포기 논란 =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에서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검역주권을 누리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 합의내용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관련 지위를 하향시킬 때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농림수산식품부 대외비 문서를 근거로 “정부가 30개월 미만 고수, 7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모두 제거 등 기존 협상 방침을 협상 전에 포기했다”며 “이렇게 졸속으로 협상을 진행시킨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 포기는 제2의 ‘국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홍문표 의원은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먼저 전문가, 축산단체 등과 충분한 공청회를 거쳤어야 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같은 당 김형오 의원도 자료를 통해 “2006년 3월 합의된 수입위생조건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추가로 확인됐을 때 수입을 중단하도록 할 수 있었는데 이번 협상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며 “검역중단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야당, 쇠고기 협상 위헌 압박 = 야당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쇠고기 협상이 국민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 위헌이며 당연히 원천무효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은 사전 질의자료를 통해 “검역주권을 포기하고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은 헌법의 국민보호의무와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협상으로 위헌”이라며 “협상은 당연히 무효고 추후 헌법재판소에 제소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쇠고기 협상 관련 자동응답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75.1%가 ‘졸속 협상’이라고 평가했고 응답자의 77.6%가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한 만큼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조건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책임을 참여정부로 돌렸다. 홍문표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번 쇠고기 수입은 국제수역사무국이 지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약속을 따른 것”이라며 “전 정부가 진행했던 것을 마무리한 것인데 현 정부가 모든 잘못을 한 것처럼 평가받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운천 장관은 “원산지 표시 준수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위생관리와 수입시 검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