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위험이 현저히 높다고 판단될 때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론’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재협상이 과연 가능할지, 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여론의 관심도 뜨겁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 재협상은 원칙적으론 가능 = 통상전문가들은 지난 18일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합의가 아닌 한·미 양자간의 합의인 만큼 양측이 합의만 한다면 재협상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이 종료된 뒤 두달여만에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 대해 추가협상이 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의회가 노동·환경기준을 강화한 새로운 통상정책을 수립하면서 추가협상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측의 제안을 우리 정부가 수용해 열린 것이다. 재협상 자체가 국제통상 관례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 문제는 명분 = 하지만 비록 양자간이라 해도 상대방이 수용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재협상 요구는 이번에 합의된 조건을 변경하는 것일텐데 이를 미국이 수용할 경우 미국이 자국소의 광우병 위험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국내여론이 나빠 재협상하자는 것도 재협상 논리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재협상 요구 자체가 정부가 협상을 잘못했음을 자인한 셈이 되는 ‘딜레마’도 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가로 지정된 이후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기 위해 일본, 대만 등과 협상중인 만큼 협상력 약화를 우려,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협상 요구를 꺼냈다가 미국이 거부할 경우 떠안게 될 외교적·국내 정치적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대만, 일본 등과의 수입위생조건 협상결과 한국과 형평이 맞지 않을 경우에 보완을 요구하는 방안과 타결된 수입위생조건하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장치를 추가협의하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