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안티 이명박 탄핵 범국민운동본부’주최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방침 철회 촛불 문화제’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등 참가자들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동훈기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이 교실안까지 파고 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광우병을 유발하는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에 관한 ‘계기(契機) 수업’을 진행하라는 지침을 14개 지회에 내린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계기 수업이란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시사 문제를 다루는 수업을 의미하는데 전교조 충북지부는 계기수업에 사용할 자료까지 곁들여 게재했다.

충북지부는 9일까지 모든 분회별로 총회를 열고 이같은 지침을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충북 지부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일부 타 시·도의 전교조 지부에서도 계기 수업 여부를 금명간 결정한다는 방침이고, 일부 교사들은 개별적으로 관련 수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충북지회가 ‘광우병 쇠고기! 미국넘, 너나 먹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자료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KBS가 실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 반 투표(4만3937명 참가)에서 찬성은 단 1%인 반면, 반대는 99%에 달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미국은 우리나라 한우와 달리 비위생적으로 소를 키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없는데,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3배 정도 인간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지녔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광우병과 관련된 각종 동영상 및 노래 모음 CD가 지부에 있어 계기수업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기 정책실장은 “경북지부 차원에선 아직 (쇠고기 수업이) 계획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쇠고기 수업 진행)을 고민하고 있고 7일 오후 6시 지부 집행부 10여명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때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인천지부 이영규 지부장은 “인천지부는 학교 급식에서 한우만 사용하도록 투쟁하는 것, 학생들에게 광우병의 위험을 어떻게 가르칠 지 등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다음 주중 지부 내 회의를 통해 교육 지침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경남지부 관계자는 “광우병 관련 자료를 계속 교사들에게 보내주고 있으며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짬짬이 이와 관련한 학생지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지부의 계기수업과 관련, 충북도교육청 측은 일선 학교에 ’학생들을 사회 논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박재성 광주지부장은 “6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전국 지부장 회의에서 정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미국 쇠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며 “7일 열리는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미국 쇠고기 관련 정부 홍보 차원의 교육을 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 교육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계기수업을 할 것인지 여부를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충북 청주시 김영애 (43·상당구 금천동)씨는 “아직 가치 판단이 뚜렷하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전교조 교사들이 계기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 교육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참교육도 좋지만 아이들을 정치적인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전국종합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