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우병 쇠고기’ 논란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10대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10대들은 ‘도서관’ 대신 ‘광장’을 찾은 셈이다.

이들 10대는 촛불문화제에서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는 ‘대담성’을 보이는 반면, 서슴없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기막힌’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6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친소 닷 넷’등이 주최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10대들은 교복을 입고 ‘X’표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뒤 ‘아직 15년밖에 안 살았어요’란 피켓을 들고 집회 무대 앞쪽에 자리잡았다. 3~4명의 중학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자유발언을 하면서 “부모님은 지금 우리가 도서관에 있는 줄 아신다”며 “그러나 학생들도 국민이다. 우리가 집회에 참여하는 걸 보고 ‘개념없다’고 말한다면 정말 상처받는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는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기 일쑤다. 이들은 발언 중에 일부 보수 언론들을 대 놓고 비판하기도 했고, “강기갑 의원님, 사랑해요”라는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4명의 중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학교자율화 정책 때문에 정말 열받는다”며 “이명박 대통령 정책을 다 알고 탄핵시키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행하는 ‘텔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자유발언을 신청하고 단상에 올라갔다. 자신을 “일산에서 온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초등학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보면 정부가 ‘막가무라’같다”, “싸다고 무조건 수입하면 안된다. 싼 쇠고기는 이명박 너나 먹어라”라는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고 1 신모(16)양은 “인터넷에 정보가 많아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다르다”며 “이명박이 싫다”고 항변했다.

한편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강조하는 일부 학생들은 교실에서 교사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이번 쇠고기 수입 논란 및 정부 정책에 대해 교육받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예고에서 어떤 교사는 수업시간에 광우병의 심각성을 다룬 ‘PD 수첩’을 틀어주고,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고교생은 “선생님이 집회에 나가보라고 했다. 광우병에 관심 없으면 ‘무개념 학생’으로 찍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쇠고기 수입하면 한국은 망한다’ 식의 이른바 ‘광우병 괴담’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어린 초등학생들한테까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등학생은 “미국산 쇠고기에 프리온이 들어있어 광우병을 유발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민진·임정환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