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미국과 일본·대만 간의 협상 결과를 보고 만약 한국에 더 불리한 내용이 있을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미국 측에 재논의 요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돼 주목된다. 이와 함께 양국간 최대 관심사인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한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한·미 양국이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또 광우병 위험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의과대학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인교(경제학부) 인하대 교수는 “미국이 일본이나 대만과 재협상한 결과가 우리보다 약화된 내용이 들어갈 경우 미국측에 재협상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할 당시,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완화된 내용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따지자 미국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따라서 만약 일본과 대만에 양보한 게 있다면 우리도 미국에 재협의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을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지정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에 대해 우리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이번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협상이 단순히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10년 이상 한·미통상의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문제가 돼 온 데다, 그동안에도 우리 정부가 몇차례에 걸쳐 신뢰를 상실한 적이 있어 합의내용을 바꾸려고 하면 양국 간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쇠고기 협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양국간 신뢰하락으로 향후에도 꾸준히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박 원장은 “일부 방송에서 쇠고기 문제를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느낌이 든다”면서 “만약 쇠고기 수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도 문제이고, 미국인들 모두 그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만과 일본이 미국과 협상한 이후, 특히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합의한다면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는 만큼 미국측에 그 정도의 요구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우병 위험물질의 국내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은 “지금 관심사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면서도 SRM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도 한국정부는 한국정부대로, 미국 정부는 미국정부대로 믿어 달라는 정도의 언급뿐”이라며 “광우병 위험물질이 수입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수입 위생조건의 재협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협의를 목적으로 한·미 양국이 직접 만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미국이 실질적이고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양수·음성원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