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민갈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고국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 겨레에게 혈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한 영적 흐름, 동류 의식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혈연·학연·지연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고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한다면 남북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의 정신 세계 문제에 천착, 이를 추적해 역사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소설가 정소성(63·단국대 불문학과)교수는 “한민족 모두 혈연을 쫓는 강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며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남북 통일은 반드시 이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나 외환위기 금모으기, 태안 자원봉사 물결 모두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 의식의 발현”이라며 “혈연과 학연, 지연은 한국인의 심성을 좌우하는 영적 존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05년 발간한 장편 역사 소설 ‘바람의 여인’을 소개하며 “남북한에 각각 머물고 있는 실향민이 수도 없이 많은 만큼 혈연과 지연을 쫓는 한민족의 특성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에서 일제시대 독립군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이 아버지의 고향인 소백산을 찾아 길을 떠나는 역정을 담았다.

정 교수는 “혈연은 과거 토지를 중심으로 혈족이 뻗어나가면서, 지연은 이를 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레 발생했다”면서 “학연은 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이같은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이 이뤄지다보니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사정을 미뤄보면 한반도 전체는 커다란 지연 사회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혈연이나 학연, 지연은 프랑스와 영국, 일본 등에서도 크게 강조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별난 문화가 결코 아니다”면서 “그러나 사활을 건 선거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혈연이나 지연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