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나올 이름은 모두 쏟아져 나온 듯싶다. 대선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신문에는 많은 이름이 오르내린다. 물론 그 옆에는 감투 하나씩이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 명단이 잇달아 쏟아지는데다 4·9 총선까지 겹쳐 정치인들의 이름이 매일같이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이름 이름이야말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해 국가 경쟁력의 견인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 이름들 뒤에는 당연히 기대와 긍정의 느낌표가 앞서야 함에도 자꾸만 물음표가 줄지어 붙게 되는 건 기대감이 너무 커서일까, 아니면 경제난 등 나라살림이 팍팍해서일까.

교수들은 올해의 4자성어로 ‘광풍제월(光風霽月)을 선정한 바 있다.‘맑은 날의 바람, 비 갠 후의 달과 같다’는 이 말은 올해 한국인의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의 ‘광풍제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의 속담 하나를 꼽으라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를 반추하고 싶다. 인간이면 죽어서 남긴다는 이름 석자. 그 가치와 의미가 대선에 이어 총선이 맞물린 요즘처럼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절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이름과 함께 ‘가죽’을 남기는 게 있다. 벤츠, 샤넬, 구찌 등 파워 브랜드를 자랑하는 이른바 세계적 명품이 그것이다. 국내에도 있다. 박카스, 다시다, 까스활명수, 샘표, 베지밀, 종가집, 크리넥스, 해표, 귀뚜라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해당 산업이나 품목은 물론 심지어 그 기업명까지도 대체해 버린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해당 산업이나 품목, 기업명을 이 브랜드로 착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품과 기업에만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름 석자야말로 한 개인의 브랜드 파워일 것이다.

최근 한 조상의 브랜드 파워를 서로 가져가기 위해 후손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름 아닌 세종이다. 고려대가 충남 연기군 서창캠퍼스 명칭을 ‘세종캠퍼스’로 바꾸려 하자 세종대 측이 ‘세종’이라는 브랜드를 빼앗길 수 없다고 반발,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했다.

세종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개인 브랜드는 이순신이다. 한국사에서 ‘세종’과 ‘이순신’은 왕이나 장군의 직위를 대체하거나 이를 훨씬 능가할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후손들의 유치 경쟁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파워는 얼마일까. 산업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위라고 한다. 8732억달러로 1위인 미국 7조6398억달러의 11.4% 수준이고 4위인 일본 2조6785억달러의 32.6%에 달했다.

한국의 브랜드 파워는 결국 전 국민의 이름 석자, 그 브랜드를 모두 합친 것일 수 있다. 그 중심 축에 요즘 연일 지면에 오르내리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와 총선에 나선 정치인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해외의 창에 비친 역대 정권의 한국은 그 이름들이 국가 경쟁력을 앞서 견인하기는커녕 오히려 갉아먹는 모습이었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후진성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당장 역대 대통령부터가 그렇다. 불행히도 한국인은 역대 대통령 중 그 이름이 ‘세종’처럼 대통령의 직책을 대체하는 인물을 갖고 있지 못한 듯싶다. 다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최고경영자와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이명박’ 브랜드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브랜드 파워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상처를 받는 모습이다. 한국인과 역대 대통령, 그 ‘불행의 인연’을 끊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브랜드는 반드시 역사의 ‘명품’으로 남아야 할 당위성이 있다.

명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안목도 ‘명품’이어야 한다. 국정의 소비자인 국민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4·9 총선이다. 우선은 투표에 반드시 참가해 자신의 이름 그 브랜드 가치를 사장시켜서는 안된다. 그리고 ‘명품 국회의원’을 뽑아 파워 브랜드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김영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