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도전의 시기’로 규정했듯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 현장의 노·사(勞使)가 이명박 새 정부의 제1 화두 ‘경제살리기’에 한목소리로 화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석춘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이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하자 조석래 회장은 “한국노총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노사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경제살리기에 힘쓰자”고 했고, 장 위원장은 “투쟁보다는 대화와 화합을 통해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호응했다. 우리는 한국노총 설립 이래 위원장이 취임 인사차 전경련을 방문한 첫걸음이 상생(相生)의 한목소리임을 주목한다. 대화의 주제도 밀도도 한국 노동운동에 질적 변화가 시작됐음을 말해주는 사례로 특기할 만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장 위원장의 취임사를 새삼 환기시키며 “대기업 임금 인상 자제를 호소한 것은 재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반겼고,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기선 제압 방식의 노동운동으로 악순환이 계속돼왔다”고 말했다. 양측은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책,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와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이같은 화음은 노사간 무분규와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사업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과도 맞물리고 있다. LG전자, 대한항공, 동국제강 등 10여개사는 임단협을 무분규로 이미 마무리지었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선진경영 실천결의대회’를 갖고 11년 무파업 전통을 이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버스운송조합 노조도 2% 임금 인상에 합의한 뒤 무파업을 선언했다.

현대·기아차 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도 이날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과 노사 관계’ 세미나에서 “21세기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서 생산적·협력적 노사관계를 통한 경쟁력 제고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표현으로 노사관계의 대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산업을 넘어 산업 일반이 다 그렇다. 총파업 등을 예고해온 민주노총도 안팎 경제위기의 실상을 직시하고 무엇이 일자리를 위한 선택일지 제대로 가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