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의 주인이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영남권 물갈이 공천이 총선에서 효과를 거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직계’ 중심으로 재편된다. 쉽게 말해 ‘이명박당’이 된다는 의미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3일 ‘목요일밤의 대학살’로 공천탈락된 25명 대신 공천한 인물 가운데 무려 20명이 친(親)이명박 대통령계로 분류됐다. 친박근혜 전 대표측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총선투표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 지역의 경우 ‘공천 =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용돼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친이측은 주류로 완전히 뿌리내릴 전망이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 현재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구(68개) 중 62곳을 차지하고 있다. ‘친이 대 친박’ 의원은 31대23으로 친이측이 근소하게 앞서고, 중립은 강재섭 대표를 포함해 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 공심위는 친이·친박측의 핵심의원인 박희태·김무성 의원 등 25명(친이 12명, 친박 10명, 중립 3명)을 공천 탈락시키는 대신 친이측 20명을 공천했다. 친박측 후보 공천자는 3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영남지역의 친이·친박측의 힘의 균형은 38대15로 친이측으로 완전히 무게중심이 쏠리게 됐다. 또 전국 224개 선거구에서도 친이측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147명인 데 반해 친박측 후보는 42명에 그쳤다. 당에서 비주류 위치에 있던 이 대통령이 총선 직후 영남을 발판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영남 새 인물의 면면 = 텃밭인 영남에 뿌리내린 중진들을 꺾고 공천을 받은 정치신인 25명은 법조인이 6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이 행정관료(단체장 포함)와 기업인이 각 5명, 언론인이 4명이다. 정당인은 2명, 교수 출신은 1명에 불과했다.

가장 눈에 띄는 법조인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정형근 최고위원을 상대로 공천을 따낸 박민식 변호사다. 그는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시절 ‘국가정보원도청사건’을 맡아 신건, 임동원 국정원장을 구속시킨 바 있다. 부산 동래에서 공천을 따낸 오세경 변호사는 지난해 경선과 대선과정에서 ‘BBK 공세’를 막아낸 공로로 이재웅 의원에게 승리했다. 친이 - 친박측 현역 의원끼리 맞붙었던 대구 북을에서는 친박측 비례대표인 서상기 의원이 안택수(3선) 의원과 맞붙어 공천 티켓을 따냈다.

15명이 공천 경쟁을 벌인 대구 중남구에서는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인 배영식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언론계 출신도 4명이나 본선에 진출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에서는 신성범 전 KBS 모스크바 특파원이 4선의 이강두 의원을 물리쳤다. 이 밖에도 허원제(부산진갑), 허용범(경북 안동), 홍지만(대구 달서갑) 후보 등도 어두운 공천 터널을 통과했다. 전문관료들도 약진했다. 경북 상주에서는 손승태 전 감사원 사무차장이 이상배(3선) 의원을, 경남 거제에서 윤영 전 거제 부시장이 김기춘(3선) 의원을 눌렀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