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장고’가 어떤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질 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측근들이 영남권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데 대해 ‘뼈 있는 한마디’로 일갈한 박 전 대표는 14일 향후 행보를 두고 여전히 숙고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정치인생을 통틀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일단 칼은 뽑았는데 다음 수로 칼을 휘두를지, 다시 집어넣을지 양쪽 다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녁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공천 탈락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열고 “여러분을 보니 내 가슴이 찢어진다”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유기준·박종근·이해봉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이들에게 “기준도 없는 그런 공천에 억울함을 당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또 “다들 성공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이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날 만찬은 시종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한숨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서청원 전 대표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는 이정현 전 대변인을 통해 “분명히 잘못된 공천이다. 사적 감정을 가지고 표적 공천을 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비춰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측근들의 기류도 심상찮다. 공천에서 탈락한 박 전 대표 측근들은 이번 공천 결과를 두고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 핵심 실세 등이 개입한 ‘표적 공천’, ‘보복 공천’, ‘총기난사 공천’이라고 잇따라 비판했다. 결연한 의지는 높아가고 선전포고문 작성에라도 들어갈 분위기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극단적 행동’을 감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 수치상 영남권에서 친이(이명박 대통령) 현역의원의 공천 탈락 숫자가 친박계보다 많아 ‘친박만 당했다’는 명분을 찾기가 어려운 점도 한 이유다. 여기에 친이(親李) 진영의 대표적 다선 중진인 박희태 의원까지 낙천된 상황에서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에서 울분을 참으면서 견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