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공천 발표 이틀째인 14일 한나라당 친박(박근혜 전 대표)계 인사들은 연쇄 탈당 선언 및 향후 대응방안 논의 등으로 종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무소속 출마 또는 기존 정당으로의 합류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공천 탈락한 친이(이명박 대통령)계 인사들 역시 공천 재심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 친박계 ‘균열의 조짐’ =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박종근, 이규택, 이인기, 김재원, 엄호성 의원과 서청원 전 대표 등 11명은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박종근 의원은 “이번 공천에 원칙이 있는 것인가, 능력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계파별 공천”이라며 공천심사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이번 공천은 사기극”,“곧 식물대통령이 탄생할 것”, “이게 무슨 개혁이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탈당후 무소속 출마나 다른 군소정당과의 연대 또는 입당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으나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공천심사위원회가 제출한 공천 내정안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탈당을 선언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조만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친박 의원들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원 의원은 “이건 보복 공천도 아니고 총기난사 공천”이라고 전제했으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기에 재심 청구나 다른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해 아직 무소속 출마 등의 ‘행동 돌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공천을 받은 의원들과 탈락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 공천을 받은 모 의원은 “공천 발표 이후 입장이 다 다르다”며“의논은 하는데 의미가 무색하기도 하고, 뜻과 목표는 같은데 추진과정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은 다른 의원도 “지금부터는 각자 생존 게임을 해나갈 것”이라며 “영남권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수도권 의원은 당에 몸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락 친이계도 반발 = 공천 탈락한 친이계 의원들도 공심위에 재심 청구서를 요청하는 등 공천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사상에서 장제원 후보에게 밀려난 권철현 의원은 “장 후보는 도덕성 측면에서 부당하다”며“객관적 여론조사 수치로 나타난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도 이번 공천은 철저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수행했던 이성권 후보 역시 각종 의정실적 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한 지표들을 공개하며 재심청구서를 당에 제출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