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준비한 영화입니다. 끝까지 끌고 가주신 감독님께 감사합니다.”

사제복을 입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향해 촉촉한 눈길을 보내던 드라마 ‘러브레터’의 안드레아, 영화 ‘스캔들 - 남녀상열지사’에서 가슴앓이를 하던 도령 등으로 미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조현재(27)가 군복을 입었다. ‘알포인트’ 공수창 감독의 신작 ‘GP506’(4월3일 개봉)에서 총기사고를 은폐하려는 장교로 변신 한 것. 그동안 조현재가 맡은 배역중 가장 강렬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GP506’은 최전방 경계초소에서 대원 전원이 몰살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투자 문제로 촬영이 중단되고 배급사가 바뀌는 등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만큼 이날 감독과 출연자들은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조현재와 함께 천호진이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노수사관으로, 독립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영훈이 생존자 강상병으로 출연한다.

조현재는 4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를 기다려줘서 감사하다”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건의 실체를 은폐하는 엘리트 장교”라고 자신이 맡은 배역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조현재는 “극중에서 함께 생활하던 대원들이 다 죽게되는데, 저렇게 밝고 좋은 친구들이 죽으면 진짜 너무나 가슴 아프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사건수사중간발표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제작보고회에 멋진 정복을 입고 등장한 조현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한 듯 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만큼 이번 촬영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가벼운 질문에 진지하게 영화는 현실과 다름을 강조했다. 조현재는 “촬영이기 때문에 실제 군대 같은 느낌은 못받았다”며 “찍는 동안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하 10~15도의 날씨에서 하루종일 물을 맞는 등 ‘GP506’의 촬영 현장은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에게 고난의 행군이었다. 조현재는 “촬영기간이 길어지고 비신도 많았지만, 그런 점이 힘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오랜 기간 동안 과묵한 역할을 하다보니 그 감정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고 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유중위의 감정이 끊어질까 걱정해 촬영이 중단되도 주변 사람들과 말을 전혀 안하는 등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주로 부드러운 역할을 하면서 다소 정체된 듯한 그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조현재는 “그동안 남자이야기,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영화를 만나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앞으로는 (이번에 함께 출연한) 천호진 선배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