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7일 ‘선명 공천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잇따라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영남 40%’, ‘호남 50%’ 등 정치적 텃밭에서 물갈이 태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직적 반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경기 일부와 인천, 강원, 충북 지역에 대한 2차 심사를 벌여 비례대표 박순자(안산 단원을) 의원을 비롯한 17명의 공천 내정자를 추가로 확정했다. 전날 경기지역에서 현역의원 5명이 대거 탈락한 데 이어 이날도 친이(친 이명박대통령) 성향의 재선인 이원복(인천 남동을) 의원이 떨어졌다. 17명이 추가로 공천됨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 내정자는 143명으로 늘어났다.

임해규 공심위원은 “8일은 충청, 대전, 서울 일부지역 신청자를 심사할 예정이고, 대구·경북은 공천 진행 상황을 감안해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측은 “현역인 이 의원이 낙천했으나, 내정자 대부분이 친이 성향”이라며 “친박측 신청자 대부분이 보류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날 이규택, 한선교 의원의 탈락에 대해 “표적 공천”, “정치 보복”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의원을 만나,“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됐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을 때 ‘우리를 믿으라’고 해서 신뢰를 했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영남권 40% 교체론이 나오는 가운데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공천이 이뤄진다면 박 전 대표가 진짜 심각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측 일부 인사들은 이날 별도의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친이측은 “계파적 시각에서만 공천을 바라보고 있다”며 친박측을 겨냥했다. ‘공천 화약고’인 영남권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계파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금고 이상의 비리 전력자 전원 배제론’과 ‘현역 대폭 물갈이론’으로 공천 혁명을 단행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당초 이날 발표키로했던 1차 공천자 발표는 최고위원회 측이 서류미비를 이유로 다음주로 연기했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의 경우 1차 관문에서 30%를 탈락시키는 것은 확실하다”며 “목표치가 30%가 아니라 아예 심사대상조차 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물갈이 폭이 50%가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재승 공심위원장도 비리·부정으로 공천이 배제된 인사들의 전략 공천 또는 비례대표 추천과 관련,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공천 대상에서 배제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박 위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이용희 의원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