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1차 공천자 명단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6일 오후로 예정됐던 발표가 7일 오전으로 밀리더니 이번엔 발표날짜를 특정하지도 못한 채 연기됐다.

단수신청 지역 71곳에 대한 심사를 마친 공천심사위원회가 62곳 공천자 명단과 9곳 보류자 명단을 최고위원회에 넘겼으나 최고위가 “심사결과를 판단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이를 반려한 것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와 공심위 간의 정보 공유가 좀 더 필요하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최근 ‘금고 이상 형 확정자 공천심사 배제’를 공천기준으로 확정하면서 쌓인 최고위와 공심위 간의 감정의 앙금이 기싸움으로 번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오후 브리핑에서 “공심위의 심사결과 보고자료가 충분치 않아 향후 자료 보완 후 다시 최고위에서 심의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공심위에 자료보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심위가 보고한 자료에 지역구와 공천자 이름만 들어있어 누구는 왜 공천자로 결정됐고, 누구는 왜 보류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경철 공심위 홍보간사도 최고위의 이같은 요청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 이름이 등장한 사람이 많아서 이력서는 봤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는 당연히 해 드릴 수 있다”며 “실무자들이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로 예정됐던 1차 공천자 명단 발표도 순연됐다.

양측 모두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공천발표를 둘러싼 잇단 해프닝은 결코 우연으로 비치지 않는다. 최고위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 사이에선 공심위가 여론을 등에 업고 독주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공동대표의 한 측근의원도 “공심위가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명단만 달랑 넘겨서 손 대표도 기분이 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합 이전의 구(舊)민주당측과 구 열린우리당측 인사들 간의 신경전도 공천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단수지역은 무조건 공천해야 하는지, 아니면 쇄신공천으로 보여지도록 공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검토해야 한다”며 “단수지역이라 해도 부적절한 경우에는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추가 모집공고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수신청 지역 대부분이 열린우리당 출신 현역의원 지역구이기 때문에, 이들이 그대로 공천을 받으면 쇄신의 의미가 약해진다는 의미다.

한편 금고 이상 형을 받아 공천심사 배제 대상에 포함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홍업 의원은 이날 오후 개별적으로 손·박 공동대표에게 공천심사 재심신청서를 보냈다. 박 전 실장은 “개인 비리 및 부정인사 배제를 위한 경우가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재심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저를 비리 및 부정 연루인사로 취급해 배제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자신의 결백을 뒷받침하는 별도 자료를 첨부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