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김성호 전 법무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김성호 국정원장체제’에서는 해외 정보 및 대공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과 인사에서도 슬림화 원칙에 따라 대폭적인 변화가 예고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인선배경은 이같은 개혁 방향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대변인은 김 전 법무장관의 내정을 발표하며 “국정원 기능이 경제살리기와 글로벌 코리아라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맞도록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 기능은 본연의 정보활동인 경제정보, 과학기술정보, 산업스파이 감시, 대테러체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위상과 기능을 회복한다는 의미다. 대북관계에서는 통일부와 중복된 정책기능은 벗어 던진다. 대북파트를 국내파트에 흡수시키고 대공첩보 기능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듯 향후 국정원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클릭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능은 경제정보, 산업스파이, 대테러에 집중 = 김 내정자는 29일 “오로지 국익을 위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잠실동 자택에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어깨가 무겁다”며 이같이 짤막한 포부를 밝혔다. ‘순수’를 강조한 데는 국정원의 ‘탈(脫)정치화’를 가속화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노무현 정부 아래서의 국정원이 ‘정치사찰’에 대한 의혹은 떨쳤지만, 일부 고위층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입’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국정원은 지나친 저자세, 국내정치에의 활용 비판을 받아왔다. 김 내정자가 ‘국익’을 정보활동의 최고 기준으로 강조한 것처럼, 국가안보는 기본이고 더불어 경제살리기를 위한 자원외교 지원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관계에서는 정보를 중심으로 새 정부의 ‘상호주의’기조에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잡음 없는 인적쇄신은 지난한 과제 = 김 내정자가 국정원의 개혁 구상에서 처음 부닥칠 문제는 조직정비다. 1차장의 해외파트 강화, 3차장의 대북파트는 2차장 국내파트로 흡수, 1급 이상 고위간부 인적쇄신 문제 등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정원은 공식 권력기구인 검찰·경찰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에서 정권교체의 상징성을 크게 갖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과 철학이나 코드를 맞춰 일할 최일선이라는 의미고 인사도 이에 맞춰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1급 이상 간부 31명을 놓고 인사후폭풍이 예고된 대목이다. 영남출신 국정원장에 덧붙여 향후 인적쇄신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영남편중 인사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는 김 내정자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협·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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