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혀온 톰 랜토스 (80·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11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유대계로 미 연방의원 중 유일한 홀로코스트(대학살) 생존자이자 의회내 ‘인권코커스’ 창설멤버였던 고 랜토스 위원장은 지난해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에 앞장섰고 북핵문제 해결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강제위안부 동원을 ‘여성 인권에 대한 홀로코스트’라고 일갈하며 일본 정부의 대의회 로비에 쐐기를 박았다.

고인은 민주당 중진의원으로 2004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직접 만나 리비아의 핵폐기와 미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핵문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인 유권자들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남서부의 캘리포니아 12선거구 출신인 고인은 한인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위안부 결의 통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자신의 “의무”라고 말했었다. 그는 또한 지난 여름 한인들의 후원모임에서 “한국인 동료 의원들이 곧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고인은 1980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14선(2년 임기)으로 지난해 1월 민주당 다수당 의회에서 하원 외교위원장이 되었다. 오랜 외교위원회 소속 중진의원으로 의회안팎의 존경을 받아왔다. 미 언론들은 그의 타계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했고 이날 백악관과 미 의회는 조기를 게양했다. 조지 W 부시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의 애도 성명도 잇따랐다.

후임 하원외교위원장으로는 캘리포니아 28선거구 출신의 13선 의원인 하워드 버먼 의원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달 초 랜토스 위원장이 지병을 이유로 연내 은퇴를 발표한 이후 외교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워싱턴 = 최형두 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