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발전소)가 2012년까지 미술관처럼 예쁜 문화시설로 완전히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핵심 발전설비를 땅 속에 묻겠다는 한국전력과 옮겨가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해 추진일정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관할 마포구청은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발전소가 문화공간으로 = 서울화력발전소를 공연·전시시설 등이 어우러진 ‘문화발전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아이디어는 지난 2004년 문화관광부에서 처음 나왔다. 그러나 이듬해 한전,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가 국가 중요 필수설비란 이유를 들어 “이전 불가”를 밝혀 유보됐다가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다시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에 포함되었다.

이 당선인측 공약에 따르면 오는 2012년 폐지될 발전설비 철거부지(8만1649㎡)를 사들여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템스 강변에 있던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테이트 모던’의 벤치마킹 케이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전 자회사 한국중부발전은 발전기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은 공원화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500M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기 2대를 땅 속 30m에 묻고 그 위는 대형굴뚝의 독특한 외관을 살린 예술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 올해 10월 착공, 2011년 9월 완공하겠다는 추진일정도 밝혔다.

◆주민과 구의회는 결사반대, 마포구청은 소극적 = 주민들은 ‘지하화’란 절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LNG 발전소가 위험하고 인체에 유해하다며 이전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수·당인·합정동 등 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만명을 목표로 서명을 모아 현재 2500명가량을 채웠다.

지난해 11월 화력발전소에서 열린 한국중부발전 주최 ‘지하화 설명회’는 참석주민 대부분이 이전을 요구하는 바람에 모임 자체가 무산됐다. 마포구의회도 발전소 이전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준비 중이다. 건의안 발의자인 채재선 마포구의회 부의장은 “오는 18일 상정되는 건의안이 2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업자원부, 서울시 등 유관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의안은 화력발전소가 1970년대부터 무연탄을 주원료로 매연과 먼지를 뿜어와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수도권 인근 다른 발전소를 증강해 대체용량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은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안현석 마포구 도시관리국장은 “이전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3만평 발전소 부지 전체를 지하화하는 게 아니라 전력생산에 필수적인 소규모 시설만 지하로 옮긴다는 게 중부발전측 계획으로 안다”며 일부시설의 존치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안 국장은 “구청에 전입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서인 도시계획과의 김성보 과장은 “구청의 지침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지난해 12월5일 주민공람공고를 마쳤고, 중부발전측과 협의를 거쳐 오는 3월쯤 주민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