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수능 물리II 문제 오류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4일 물리학회 측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수험생들의 소송 예고와 함께 책임론이 불가피하게 됐다. 등급제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아 혼란스러운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문제 오류까지 불거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의 속내 = 교육당국은 이날 오전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능 출제와 채점을 맡은 교육과정평가원이 결론을 내릴 문제”라고 전제하며 “문제 오류를 인정할지, 아니면 덮고 넘어갈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입 정시모집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일단 문제오류 불인정으로 큰 가닥을 잡은 것으로 교육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교육당국이 문제오류를 인정할 경우, 모든 대입일정을 되돌려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시 전형이 끝난 뒤 수험생 및 학부모와의 소송과 함께 수능 등급제 타당성 논란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올 수능 지구과학I 18번 문제가 “교육과정을 벗어났다”는 이의 제기에 대해 평가원은 “전체가 아닌 일부 교과서에만 서술돼있다는 이유로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물리II 문제의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로 “일부 교과서에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났다”고 전혀 상반된 자가당착의 해명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가원 측은 “문제오류를 인정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수 있다”고 변명했다. 정답변경이나 복수정답으로 수정할 경우 재채점을 해야 하며 또 수능성적이 등급구분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오류와는 무관한 학생들의 등급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합격자 발표가 끝난 수시 2학기 모집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합격자가 바뀔 수도 있는 데다, 이미 진행 중인 정시모집도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누가 책임지나 = 이번 파문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평가원은 수능 뒤 이의신청을 받고 오류판단을 내렸다. 이때 물리II에 대해서도 10명이 오류를 지적하였으나 평가원은 이에 대해 학계의 유권해석을 받지도 않고 멋대로 ‘오류없음’ 결정을 내려 화를 자초했다. 당시 출제위원회와 기획위원,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의심사 실무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한국물리학회 등에 해석 요청을 했다면 현재와 같은 극심한 혼란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부의 관리 감독 책임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김동석 대변인은 “잘못된 수능출제보다는 이러한 오류를 수험생들이 지적했음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 같은 오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등이 일단 ‘문제없음’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도 재채점과 입시일정 차질의 부담을 피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