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캐나다 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 하원과 네덜란드 의회에서도 각각 지난 7월과 11월 20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일본군의 성노예 범죄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제 식민지배의 폭력성과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한국근현대사학회(회장 김상기 충남대 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회의엔 한국을 비롯, 일본 네덜란드 대만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일본군 위안부’의 연구 성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특히 일본의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中央)대 교수는 “위안부로 동원된 여성들의 숫자가 최저 5만명에서 최대 20만명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52%가량의 여성이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학술회의의 주요 발표문을 소개한다.

◆조선 여성이 절반 넘어 = 요시미 교수는 ‘일본의 군 위안부 문제 연구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위안부’ 제도의 창설과 운용의 주역은 일본군 수뇌부였으며, 업자는 보조적 역할에 불과했음을 분명히 했다.

요시미 교수는 “제1차 상하이(上海)사변(1932년) 때나 중·일전쟁(1937년) 때 위안부 설치는 파견군이나 방면군(方面軍) 등 현지 군의 수뇌가 지시했고, 아시아태평양 전쟁 기간엔 육군성과 해군성이 지시했다”며 “따라서 ‘위안부’ 제도의 창설과 운용의 주역은 군이며, 업자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그들은 보조적 역할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특히 “중요한 것은 관헌이 모집 현장에서 직접 관여했는가가 아니며, 모집 자체를 업자가 임의로 했던 것이 아니라 총독부 또는 군이 전체를 관리·통제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말단의 현장에서 어떠했는지만 문제 삼는 것은 본말전도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요시미 교수는 또 “일본군 ‘위안부’로 추정되는 인원 수는 일정기간 감금, 강간 당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저 5만명 전후”라며 “일정기간 감금되고 강간 당한 이들을 포함하면 8만~20만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40년 대본영 육군부 연구반의 자료를 근거로 “새롭게 성병에 걸린 일본군 병사의 ‘상대녀’ 비율이 거의 ‘위안부’ 비율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면 조선인은 51.8%, 중국인 36.0%, 일본인 12.2%로 조선인과 중국인 비율이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 사례 = 에스더 캡틴 네덜란드 우트레흐트대 연구원은 ‘동인도네시아에서의 네덜란드인 강제매춘과 2차대전 후 네덜란드 생존자의 증언’이라는 발표를 통해 최초로 네덜란드 출신 생존 위안부의 증언을 분석했다. 네덜란드 외무부가 작성한 ‘옛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에서 벌어진 네덜란드 여인들의 강제 매춘’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군 제16군은 1943년 중반까지 자바 섬에서 위안부를 뽑기 위해 유라시아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들을 동원했다. 이중 네덜란드와 유라시아 출신 200~300명의 여성들이 일본군 매음굴에서 일을 했으며, 약 65명의 여성들이 매춘을 강요 당했다는 것.

캡틴 연구원은 “1944년 중반쯤 도쿄(東京)에 있는 전쟁지휘부의 한 대령이 자바섬을 검열하려고 방문, 유럽계 여성들이 갇혀 있던 매음굴은 폐쇄됐다”며 “전후 이와 관련, 책임 있는 장군과 군인들이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그들 중 한 명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다른 사람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대만의 일본군 위안소 = 주더란(朱德蘭) 대만 중앙연구원 인문사회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대만의 ‘일본군 위안소’는 수백개에 달했으며, 여기에서 매춘을 강요당한 조선인 위안부는 약 1000명 전후로 추산된다”며 “이들 대다수는 경찰이나 관리 등에게 동원돼 위안소에 왔거나 업자들에게 사기를 당해 위안부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만총독부는 주로 위안소를 건립하거나 낡은 건물을 매입, 개조해 위안소를 만들었다”며 “대만총독부는 위안소 경영자들을 제한하는 어떠한 관리 규정이나 법령도 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자유방임’ 정책은 일본군 위안부를 대량 모집하는 데 편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