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기했던 대선구도가 중도진보, 중도보수, 보수우파 등 3개 블록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구도의 변화’가 1강(이명박 한나라당 후보)·2중(이회창 무소속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양상이었던 ‘판세의 변화’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단일화 효과는 있다” = 정몽준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으로 인한 ‘중도보수 블록화’는 후보단일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의원은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그의 영입으로 인해 이명박 후보가 ‘중도실용연합’의 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3분의1 이상이 2002년 대선때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이고, 그 중 상당수가 당시 후보단일화 이전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라며 “구심이 만들어진 만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고 흔들리기까지 했던 이들 합리적 보수, 합리적 중도층의 결집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정 의원 영입,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지 등으로 이명박 후보가 이념상 ‘가운데’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의 이회창 지지선언도 지역적으로 충청과 영남, 이념적으로 정통보수층을 아우르는 구심의 형성이란 면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심 후보의 ‘충청 대표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현 단계는 아니지만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는 성사만 되면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블록과 달리 이들 ‘중도진보 블록’의 단일화는 일정 수준의 독자적 지지층을 가진 대선후보 간 연합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대선후보가 아닌 정몽준 의원, 지지도 1%에도 못미치는 심대평 후보와 달리 문국현 후보는 6~7%의 지지도를 확보해놨고, 지지층 면에서도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정동영 후보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특히 범여권, 중도진보층을 끌어모을 구심점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동영-문국현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판세역전 가능할까 = 정동영 후보측 윤흥렬 가족행복위 홍보기획본부장은 “문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까지 아우르는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30%대 지지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범여권 단일화가 ‘1강·2중 구도’로 오랫동안 지속돼온 판세를 뒤집을 만큼 파괴력이 클지에 대해선 신중했다. 김형준 교수는 “참여정부에 부정적이면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해온 사람들이 과연 정동영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최소한 3분의1은 이명박 후보의 중도보수 블록에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13일부터)에 들어가기 전 범여권 후보가 확고한 2위로 올라선다면 전혀 새로운 경쟁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