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3일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50년을 내다본 권력구조 개편 검토’를 시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대선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총선에 참여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보수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충청권 기반 정당을 모태로 내각제 개헌 등을 추진하며 보수진영 내 ‘권력분점’을 목표로 정계개편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후보단일화 선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1987년 이후 20년은 ‘87민주화체제’라고 한다면, 50년을 내다 본 선진체제는 국가권력 구조 개편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50년 역사를 이끌어 나갈 기구와 조직도 생각해야 한다”며 “헌법 개정도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수대연합 정치세력을 주도세력으로 키우기 위해선 정당 창당이 고려될 수 있다”며 대선 뒤 ‘보수 신당’창당을 시사했다.

이와관련, 류근찬 국민중심당 대변인은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와 심 후보가 ‘보수 통합’을 기치로 한 신당 창당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이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고, 심 후보가 창당 작업을 주도하기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또 “이 후보가 강소국 연방제를 언급하면서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국민중심당의 정책 노선에 동의를 표한 것”이라며 “앞으로 권력분산과 책임지는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 캠프의 이흥주 홍보팀장은 “앞으로 한나라당을 포함해 이 후보와 정치철학을 함께 하는 깨끗하고 건전한 보수세력이 큰 틀의 연합을 이뤄낼 것”이라며 “보수대연합이 성사되면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성우 정무팀장도 “향후 50년을 내다본 국가대개조를 위해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캠프는 보수대통합을 위한 외연 확대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와 만나 “(정근모 참주연연합 후보든 조순형 의원이든)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는 언제든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캠프에서는 정근모 후보가 조만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날 이윤수·안동선 전 의원 등 민주당 원외 당협위원장 30명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고건 전 총리 지지 조직인 ‘우민회’소속 일부 인사들도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김충남·윤석만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