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류영모(1890~1981) 선생과 성철(1912~1993) 스님. 연배와 종교, 사상 체계는 다르지만 20세기 이 땅에서 살다간 큰 도인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불경, 성경, 동양철학, 서양철학에 두루 능통했던 다석은 대석학이자 평생 동안 진리를 좇아 구경각(究竟覺)에 이른 큰 사상가다.

불교와 노장사상, 공자와 맹자 등을 두루 탐구했으며 기독교를 큰 줄기 삼아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사상을 해왔다. 처음에는 세례를 받은 정통 기독교인이었으나, 몇년 뒤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고 무교회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되었으며, 그 뒤로 교회에 나가지 않고 평생 성경을 읽으며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성철스님은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 10년 동구불출(洞口不出), 16년 장좌불와 수행으로도 유명한 그는 1967년 해인총림 초대방장으로 취임, ‘100일 법문’을 했다.

또 1981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돼 ‘산은 산, 물은 물’이란 법어로 불교계 안팎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성철스님과 다석의 사상의 핵심을 알 수 있는 책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 본지풍광·설화’(성철스님 지음, 장경각)와 ‘잃어버린 예수 - 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 (박영호 지음, 교양인)이 그것이다.

두 책은 불교의 선 수행과 기독교의 요한복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자신이 직접 체험한 깨달음, 혹은 영성을 풀어쓰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점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