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로는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이다. 예수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일등공인인가 하면 예수의 가르침을 세상에 바로 알리는 데 일등 반인(叛人)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기독교가 예수의 이름을 빌린 바울로의 교의(敎義)이지 예수의 정교(正敎)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다석이 인정한 참제자’로 알려진 저자가 무교회주의자인 다석의 사상으로 요한복음을 강설한 책답게, 첫 문장부터 엄청난 도발로 시작한다. 오늘날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믿는 육체 부활 신앙, 대속 신앙, 교회 중심주의 신앙이 기독교의 근본 줄기를 이루고 있으나 이는 사도 바울로의 것이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바울로의 편지 속에서 예수의 가르침은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다. 편지에 있는 것은 바울로 자신의 대속 도그마에 대한 케리그마(교리선언)뿐”이라며 “(예수를 만나지도, 예수의 말씀을 읽지도, 예수의 제자에게 배우지도 않은) 바울로는 예수의 가르침에 온전히 무식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바울로에 의해 세워진 지금의 기독교 신앙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 유대교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울로의 교의가 기독교의 주류가 된 것은 유대의 일급 지식인이었던 바울로가 예수 사후 배움이 짧은 다른 사도들을 제치고 성경 편집과 그리스도교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책은 무엇보다 몸에 초점을 맞춘 바울로의 육체 부활 신앙부터가 미혹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 땅에서 몸 쓰고 영생하고 신선이 된다고 하는 것은 어느 종교할 것 없이 멸망시키는 일이다. 이 몸은 가짜 생명의 탈을 쓴 것이다. 이 몸을 버리고, 아버지께로 가는 것이 영생이다. 아버지께로 간다는 것은 몸으로는 죽는다는 것이다.”

부활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가 그랬듯이, 어버이가 낳아준, 나서 죽는 몸나(육체)에서 하느님이 주신 얼나(靈我·진리, 깨달음, 영원한 생명)로 거듭나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지, 몸이 다시 사느니 몸이 변화를 입느니 그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특히 자아(제나)와 육체(몸나)를 죽임으로써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는 것을 핵으로 하는 예수의 영성신앙이 불성의 깨달음을 주창하는 석가의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또 대속신앙과 관련, 책은 “예수가 원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원죄가 있다면 유전인자로 유전되는 짐승의 본능, 즉 탐(貪), 진(瞋), 치(癡)의 욕망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영원한 생명으로 거듭날 때 다스려지는 것이지, 제물을 바쳐서 다스려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책에 따르면 예수는 제도 교회를 세운 적도 없다. 자기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준 자유로운 도량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바울로는 교회를 만들고, 장로니 집사를 만들고, 신앙이 다르다고 남을 저주(갈라디아 1:8~9)했다는 것이다.

책은 특히 “덮어놓고 예수만 믿으면 영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영생을 그릇되게 가르치는 것”이라며 “영원한 생명은 예수 이전부터 이어내려오는 것으로, 예수는 정말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크게 깨달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다석이 요한복음을 중시한 것은, 요한복음이야말로 예수 영성신앙의 보고로, 예수 가르침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

이렇듯 주류 기독교의 교리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다석 사상은 처음 함석헌, 현동완, 류달영, 김흥호 등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인정됐으나, 최근 다석학회가 창립돼 다수의 학자들이 다석사상의 본격 연구에 나서고 있다. 또 방상복 신부와 오정숙 박사가 동국대와 감신대에서 다석 사상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을 쓴 것을 비롯, 최근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다석 사상으로 수십편의 석·박사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