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발행될 예정인 고액권 지폐에 들어갈 인물로 10만원권에는 백범 김구,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각각 선정됐다고 한국은행이 5일 발표했다.

한은은 김구를 화폐 인물로 선정함으로써 독립애국지사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한편 통일의 길을 모색한 지도자로서 미래의 바람직한 인물상을 제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사임당의 후보 선정에 대해선 한국 사회의 양성 평등의식 제고,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문화 중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한편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신사임당의 선정으로 47년 만에 여성인물이 화폐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습이 등장했으나 6월10일 제3차 통화조치의 실시로 한달도 되지 않아 이 화폐는 폐기된 바 있다.

한은은 앞으로 고액권 뒷면에 배치될 보조 소재로 도안 인물과 조화를 이루는 내용을 선정해 지폐 조형화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화폐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은 고액권 초상 인물 선정을 위해 올해 5월 각계 전문가 8명과 한은 부총재·발권국장 등 10명이 참여하는 화폐도안자문위원회를 구성, 후보 인물 20명을 선정했다. 또 2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각계 전문가 150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 10명으로 압축했다.

최종후보로 선정된 김구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일찌감치 10만원권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상태였다. 하지만 5만원권 후보로 선정된 신사임당은 과학계를 대표하는 장영실과 끝까지 각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민단체 등에선 신사임당이 현대적 여성의 역할모델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강하게 표명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는 “인물 선정 과정에서 나름대로 오랫동안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며 “이번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 더 이상 소모적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