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의 뜻 중에서 가장 알려진 것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군 중에서 기능이 가장 뛰어나거나 가격이 제일 비싼 제품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 용어는 최근 고소득·고직업·고학력 오피니언 리더 등 이른바 상류층을 뜻하는 말과 비슷하게 쓰여왔다. 한국 리서치는 지난 4, 5월 한국에서 첫 진행된 ‘하이엔드 인덱스’에서 고소득 은퇴자를 포함한 고소득자를 비롯, 정치·경제·법률·의료·문화 분야 리더층과 행정·경영 관리직에 더해 대기업 부장급 이상 구매 담당자와 하이엔드의 배우자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문화일보가 이 조사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수는 많지 않으나 고가품이나 부동산, 금융시장 등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 그동안 고가의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이나 자동차 회사, 은행, 카드업계, 언론사, 광고회사 등에서 하이엔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특히 미디어 이용행태에 대해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깊이 있게 조사, 문화일보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신문의 영향력과 광고 효과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문이야말로 고객의 숫자 못지않게 고객의 소득·소비 수준과 영향력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체 구매 담당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개인의 소비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 대규모로 구매하는 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결정권으로 광고와 마케팅 기획 등에 웬만한 개인 고소비자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 자산규모는 많으나 현재 소득은 높지 않은 은퇴자를 포함한 것은 실버 산업이 각광 받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의 총1016만9334가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선정된 하이엔드 모집단은 53만7178가구(대상지 전체 가구의 약 5.3%·20세 이상 105만1948명). 한국리서치는 이들 모집단 가구에서 주된 수입원을 가진 20세 이상과 그 배우자 등 모두 1031명(남 639명, 여 392명)을 표본으로 선정했다.

표본 조사 대상자 중 367명(남 272명, 여 95명)은 본인 고소득자, 53명(남 49명, 여 4명)은 고소득 은퇴자, 350명(남 313명, 여 37명)은 고직업자로 샘플이 구성됐으며, 나머지 261명(남 5명, 여 256명)은 배우자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40대 초반 28.7%, 40대 후반 27.8%로 40대가 56.5%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으며 30대 20.9%, 50대 16.7%, 60대 이상 5.0%, 20대 0.8% 등의 순이었다. 결혼한 사람의 비율은 97.6%였다. 대상자 중 석사 이상은 16%(고소득자 12%, 고직업자 34%, 배우자 6%)였으며, 본인 평균 연소득은 7300만원, 가구 평균 연소득은 1억2600만원 선이었다. 직장인 하이엔드의 직위·직급은 사장이 28.0%로 가장 많고, 팀장 6.6%, 부장 5.3%, 이사(전무·상무 포함) 5% 등이었으며 회장은 0.4%였다.

이 조사를 기획하고 주도한 한국 리서치 정재선 상무는“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뿐아니라, 중국, 러시아, 인도처럼 시장의 스펙트럼이 넓은 신흥시장에서도 이 조사는 일반화돼 있다”며 “하이엔드의 미디어 이용행위와 제품 소비행태, 라이프 스타일 등을 체계적으로 살핀 이번 조사가 현실 파악 및 시장 개척 등에서 새로운 시각과 전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