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협회(WTA) 창립총회는 화장실 문화운동에서 역사적 전기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화장실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터부가 있던 나라들도 많이 참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도 이제 좋은 화장실 문화를 가꾸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존 로(59) 말레이시아화장실협회(QRAM) 부회장은 상기된 얼굴로 WTA 창립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다동 WTA 조직위 사무실에서 열린 ‘4개국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17일 오후에 조직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활력이 넘치는 특유의 목소리로 “11월 대회를 앞두고 무척 흥분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장실 운동가로 꼽힌다. 지난 2005년 QRAM 창립 주역으로서 자국의 화장실 개선운동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연대를 위한 WTA 창립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그는 라이온스클럽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지역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그에게 화장실 운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에 대해 묻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미있는 대답을 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이 건물 가격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쇼핑몰에 좋은 화장실이 있어야 사람들이 편합니다. 쾌적한 화장실이 있는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습니다.”

이는 그가 국제부동산협회 집행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는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그에게 친구인 로버트 로 호이 치우 말레이시아 주택지방부 차관이 화장실협회를 창립하자고 제안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2005년 협회를 창립한 후에 화장실 문화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텔레비전 등에 공익광고를 하고, 세미나와 워크숍도 활발히 열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전국화장실 엑스포 및 포럼(NATEF)’도 성황리에 개최했지요.”

커피숍·레스토랑협회 등과 협약을 체결해서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각 지방 정부마다 모델 화장실을 두도록 유도하고, 화장실 등급제를 도입했다.

젊었을 때부터 활발하게 국제적인 활동을 해 온 그에게 한국은 친숙한 나라다. 1970년대 이후 10여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그동안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지금은 어딜 가봐도 깨끗합니다. 얼마 전에 공중화장실에 갔다가 가글을 비치한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하던 17일 오전에 수원시의 ‘해우재(解憂齋)’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해우재는 심재덕 WTA 조직위원장이 화장실 변기모양으로 짓고 있는 대형주택이다(문화일보 10월10일자 13면 참조).

“해우재는 화장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물입니다. 심 위원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용감한 일을 했습니다. 해우재는 태양열을 이용한 단열재를 쓰고, 빗물을 모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기능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주택이더군요. 세계 각국마다 이와 같은 집을 한 채씩 지어서 화장실 문화운동의 아이콘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그는 11월 WTA 총회의 바람직한 방향과 관련, “각국이 서로 도우면서 좋은 화장실 문화를 전파하고, 화장실에 관한 국제적 표준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다만 표준을 만들 때는 각국 화장실 문화와 발전 단계의 차이를 고려, 기초에서부터 고급형까지 세분화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