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종교적(양심적) 사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했다며 기존 방침을 변경하자 재향군인회 등 안보관련 단체들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투쟁을 전개키로 하는 등 안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권두환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18일 “종교적인 사유 등으로 집총(입영)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군대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까지 관련 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같은 방침은 올초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뒤 3개월여 만에 기존 방침을 바꾸고 대체복무 허용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날 2016년까지 현역복무기간을 점진적으로 6개월 줄여 18개월(육군 현역병 기준)로 단축하는 내용의 ‘현역병 등의 복무기간 단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함과 동시에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개병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허용 방침까지 발표해 진보 - 보수 진영간 격렬한 안보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는 올초 1년여에 걸친 민·관 대체복무 연구위원회(위원장 이상돈중앙대교수)의 의견 등을 종합해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분단국가의 특수성,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권 인사기획관은 “병역이행이라는 국민의 의무와 소수 인권보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병역거부 분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분야를 가장 난도가 높은 부문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로 확정됐으며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사회복무제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은 공익근무요원 등 일반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간보다 14개월이 길다. 현역병과 일반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기간은 오는 2014년까지 각각 18개월, 22개월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전남 소록도의 한센병원, 경남 마산의 결핵병원, 서울과 나주, 춘천, 공주 등의 정신병원 등 9개 국립 특수병원과 전국 200여개 노인전문요양시설 등이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대상지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적 병역거부자는 2002년 826명, 2003년 565명, 2004년 756명, 2005년 831명, 2006년 783명 등 3761명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752명에 이른다. 이 중 특정종교 신자는 3729명이다. 이에 대해 재향군인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체복무 허용 결정은 국민 개병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안보 중대사안으로 신성한 국방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불평등을 초래할 졸속 결정”이라며 “안보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체복무 허용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관계법 개정과정에서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