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42)씨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신라대 겸임교수로 임용된 것과 관련,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에게 쏠린 온갖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11일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신라대 인문관에서 국제관계학과(옛 정치외교학과) 4학년 17명을 대상으로 ‘동북아정세 세미나’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다.

신라대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초 대학 선배인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K교수의 추천으로 겸임교수 임용 제의를 받았으며 7월 말쯤 겸임교수를 맡기로 약정한 뒤 서류심사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8월10일 올가을 학기 국제관계학과 4학년 수업을 맡기로 확정됐다.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인 정 전 비서관은 공공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뿐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적이 없다.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이 국제관계학과 4학년생을 상대로 강의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청와대 의전비서관 경력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1980년대와 90년대 시민단체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정홍섭 신라대 총장이 지난 2월 대통령 자문기관인 교육혁신위원장에 임명되자 의전비서관으로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지역 정계, 관계, 의료계 등의 386엘리트 모임인 ‘비전과 연대 21’에 정 전 비서관과 함께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신라대 사회학과 교수인 C교수도 임용 과정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과 연대 21’ 모임 명단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정호(이광재 의원의 손위 처남) 부경대 교수를 비롯해 부산에서 파워엘리트는 거의 망라돼 있다.

정 전 비서관으로서도 이 대학이 지난 2004년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있는데다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주말에 틈틈이 부산으로 내려와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 신라대 교수직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라대 관계자는 “겸임교수는 실무전문성만 있으면 학과의 적정 인물 충원 요청에 따라 얼마든지 임용될 수 있다”며 “지방의원, 건설업자도 전문성에 따라 임용되는 만큼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근무와 정치현장 경험에 비추어 우리로서는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산 = 김기현·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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