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마술’의 샘물은 국가예산?

유명미술관 큐레이터에 이어 동국대 교수로 승승장구를 거듭한 신정아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비호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산처의 ‘힘’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변 전 실장은 청와대 입성 이전 예산처에서 2000년 재정기획국장, 2002년 기획관리실장을 지내고 2003년 차관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05~2006년에 장관으로 일했다.

1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신씨에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신씨의 후원자였던 변 전 실장이 바로 예산처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관가에 나돌고 있다.

실제로 신씨는 주변 인사들에게 “예산처에 아는 국장이 있는데 그 양반 도움으로 기업체 후원을 받겠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재직시절인 지난 2003년 본인 이름으로 해외문화교류사업 부문에 ‘Korean Tradition in Contemporary’라는 사업의 지원을 신청해 12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 채권단이던 대우건설로부터 2억9000만원을 후원받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동국대에 대해 신씨의 임용 무렵(2005년 9월) 부채증가 및 학내의사소통 파행문제 등에 대한 특감을 요청받고도 이를 묵살했다. 변 전 실장은 예산처 장·차관 재직 당시 문화재보존 등의 명목으로 국가 예산을 해당 사찰에 지원토록 관련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부 사례비를 신씨 계좌로 입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인사는 “변 전 실장이 장·차관이 아니라 예산처에서 특정부처를 담당하는 서기관급이었어도, 이들 부처에 부탁해 신씨 주변을 지원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회부처 국장급 인사도 “관계부처의 1급이나 국·실장급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 예산처는 과장급은 물론 사무관을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면서 “관가에서는 자녀 대학합격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부처로 교육부와 함께 예산처를 꼽고, 심지어 감사원조차 예산처의 예산배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예산처는 강하게 손사래 치고 있다. 예산처는 3년 전부터 예산편성 방식이 총액배분 자율편성으로 바뀐 이후 국가적 관심 사안인 대형 사업 외에는 각 부처에 배당되는 예산한도를 정해주고 해당 부처에서 이를 자율적으로 쓰기 때문에, 예산 집행을 놓고 간섭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오봉 예산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은 “국·공립 미술관이라면 모를까 민간 미술관에 후원하는 정부예산은 한푼도 없고, 대학에 대해 예산을 직접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