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성녀’ 테레사 수녀가 지금까지 대중에게 인식돼온 것과 달리 죽기 전 50년 동안 ‘신(神)의 부재’로 내적갈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3일 보도했다.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66년 동안 가까운 신부나 고해성사 신부 등과 주고 받은 40여점의 미공개 편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머더 테레사:내게 빛이 되어주소서’라는 신간에서 이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4일 미국에서 시판될 이 책에 수록된 편지들은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수사회’ 멤버이자 테레사 수녀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브라이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에 의해 수집된 것들이다. 콜로디에이추크 신부는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 편지들을 입수했다고. 당초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편지들이 폐기되기를 원했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테레사 수녀는 노벨평화상 수상 3개월 전인 1979년 9월 자신의 영적 동료인 마이클 반 데어 피트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수는 당신을 매우 특별히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입을 움직여도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고백했다.

그에게 신의 부재는 빈민을 돌보는 삶을 시작한 1948년부터 1997년 눈을 감을 때까지 거의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이 편지들에서 테레사 수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건조함’ ‘어두움’ ‘외로움’ ‘고통’에 대해 탄식했을 뿐 아니라 이를 지옥의 경험과 비교하거나 천국이나 신조차 의심했던 지경에 이르렀음을 고백했다.

테레사 수녀 자신도 자신의 내적 상태와 대중 앞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테레사 수녀는 ‘내 웃음은 가면이고 모든 것을 감싸는 망토’라며 대중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신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하는 것이 ‘위선적’이고 ‘언어적 기만’이 아닌지 고민했다.

저자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는 “이 편지들은 테레사 수녀를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의 부재는 오히려 테레사 수녀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신의 선물”이라고 분석했다.

또 저자는 테레사 수녀가 이같은 내적갈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버리거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견디는 방법을 찾았다며 “신앙심으로 가득찬 끈기가 영적으로 가장 영웅적인 그의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유희연기자 mari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