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도 이해 못하고 조합원도 반대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해괴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부는 29일 오전 10시~오후 5시로 예정된 파업에 전국적으로 4만명 정도(금속노조는 11만명 주장)가 참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28~29일 ‘전체파업’은 명분도, 합법성도 상실한 희한한 파업으로 지탄받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대 수혜자가 FTA를 반대하고, 산별노조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파업을 강행했지만 현장 조합원은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28일 파업에는 조합원 14만3000명 중 27.1%인 3만9498명(노동부 추산)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최대 조직인 현대자동차지부도 주간조 전체 근로자 3만1700명 가운데 25%가량인 7600여명만이 파업에 참가했다.

◆수혜자의 이상한 파업 = 이번 정치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소속 회사 대부분, 특히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는 한·미 FTA의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금속노조의 FTA저지 파업은 애당초 명분이 없었고 석연찮은 파업 결정으로 현장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에 불참하고 있다. 각계의 비난 여론도 어느때보다 따갑다. 일부 강경노동운동가들을 제외한 노동계, 시민단체, 경총 등은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 소재지인 울산시민들의 비판 여론은 꼭짓점에 오른 상태이다. 울산교통봉사대 공태복 대장은 “이번 파업은 너무 명분이 없다”며 “임금협상 등 노사문제가 아닌 FTA 저지 파업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위해 갖은 애를 써가며 협상을 타결했는데 최대 수혜자인 자동차 노조가 FTA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켜야 = 금속노조의 주력 조직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 중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파업을 하면 ‘돈과 권력’이 공급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지켜 파업으로 인한 부당 이득을 봉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강성 ‘골리앗 투쟁’으로 유명했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1994년 무려 63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였으나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지켰다. 이후 노사는 상생관계를 이끌어내 지난해까지 12년째 무분규를 이어왔다. GS칼텍스도 2004년 노조의 파업이 끝난 뒤 불법파업 주동자들에 대해 해고, 감봉, 정직 등의 중징계와 함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책임없는 행동이 만연하고 있다”며 “향후 노조의 위협에 굴복해 민·형사상 고소 취하, 노조 요구 수용 등 과거를 답습할 경우 파업 악순환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정한 법집행 필요 = 현대차측은 이번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현대차지부 이상욱 지부장 등 노조지도부 2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해 볼 때 원칙적인 대응이 제대로 될지 미지수이다. 이에따라 불·탈법 행위의 경우 노사간 타협과 관계없이 반드시 책임을 물어 잘못된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에 일반 조합원들의 참가는 저조했지만 파업에 따른 대외 신인도 추락과 내수시장에서의 소비자 불신 누적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의 ‘정치파업’ 강행으로 매출 손실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 소비자 불신 고조 등의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불법 정치파업에 대해 더이상 눈치보기와 엄포 놓기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불법 앞에 관용이 없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이번 파업의 책임자와 가담자를 법대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순환, 울산 = 곽시열·장석범·민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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