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CC. 왼쪽부터 김창근씨가 이동통신 광고를 패러디해 만든 미용실 광고, 정모아씨가 직접 출연한 인터넷 쇼핑몰 광고, 김소희씨가 딸과 조카들을 출연시킨 아동복 쇼핑몰 광고.

“따라 따따따따 따라, 따라 따따따따 따라.”

흥겨운 광고 음악에 맞춰 한 여성이 춤을 춘다. 개다리춤에서 섹시 웨이브까지 갖가지 춤을 선보이던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달라며 손을 내민다.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는 “쇼를 하면 디지털펌이 공짜”라는 문구가 뜬다. 한 미용실에서 이동통신업체 광고를 패러디해 만든 광고형 이용자제작콘텐츠(UCC)였다.

인터넷에서 UCC가 인기를 끌자 소규모 업체들이 ‘광고형 UCC’를 만들어 자사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판매자제작콘텐츠(Seller Created Contents·SCC)’다. 여기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제품 정보가 결합돼 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의 인기를 끌면 곧바로 제품 판매로 이어진다. 인터넷에는 판매자들이 제작한 SCC를 보고 물건까지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SCC 전문 홈쇼핑 사이트까지 생겼다.

동국대 철학과 2학년인 정모아(여·21)씨는 지난해 12월 ‘끌림’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정씨는 쇼핑몰 홍보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 자신이 직접 판매하는 옷을 입고 동영상 광고를 찍었다. ‘엽기발랄’이란 컨셉트로 들판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정씨가 제작한 SCC는 ‘리얼리티 기쁨쇼’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쇼핑몰의 매출도 급증했다. 정씨는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 SCC를 통해 인터넷에서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용실 ‘살롱드뮤사이’를 운영하는 김창근(38)씨도 마찬가지.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에서 소재를 얻은 그는 미용사들과 함께 직접 4편의 동영상을 찍었다. 재밌는 춤을 본 네티즌들은 각종 게시판에 동영상을 퍼날랐고 미용실 손님도 부쩍 늘었다. 김씨는 “보는 사람도 즐겁고 가게 홍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근 아동복 쇼핑몰 ‘강냉이와팝콘’을 개업한 김소희(여·35)씨가 4세, 6세 딸과 조카들을 출연시킨 아동복 광고도 화제다. ‘귀여운 아이들’을 컨셉트로 노래하며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담은 김씨의 SCC는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인기 UCC로 뽑히기도 했다. 옥션에서 ‘폭탄맨’이란 SCC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액세서리 판매자 이기용(34)씨는 “동영상을 찍은 지 2개월만에 매출이 2배로 늘었다”며 “콘텐츠만 재밌으면 광고 효과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SCC가 인기를 끌면서 전문 사이트까지 생겼다. 지난달 9일 문을 연 몰티비(malltb.com)엔 벌써 1500여명의 판매자가 2만개에 가까운 SCC를 제작해 올렸다. 이곳에선 재밌는 SCC를 보다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곧바로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미를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왔던 UCC가 시장과 결합하면서 SCC라는 웹2.0식 광고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며 “광고와 UCC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존 마케팅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