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9개월도 남지 않은 노무현 정부의 대(對)언론 압박이 점입가경(漸入佳境)도 넘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불법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노 대통령과 그 휘하의 어느 누구도 ‘국민의 알권리, 특히 국가정보에의 접근의 권리는 우리 헌법상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인정되는 것’(대법원, 1999.9.21)이라는 인식을 그르치고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한국신문협회의 30일 긴급운영위원회, 한국기자협회의 31일 성명은 한목소리로 기자실 폐쇄 등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노 정부의 5·22 ‘취재지원 선진화’ 방침은 ‘선진화’는커녕 시대역행이며 노 대통령의 29일 ‘기자실 개혁’ 언급 역시 어불성설의 포장일 뿐이라고 지적해온 우리는 “문제의 핵심은 공무원 사회의 정보 폐쇄성”(신문협회)임을 거듭 강조한다. 노 대통령은 돌이킬 수도 없을 만큼 늦어지기 전에 세계 언론사에 흑점으로 남을 일련의 조치를 철회하기 바란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언론시책이 음습한 정략의 소산이라는 분석 또한 유의한다. 다른 곳도 아닌 열린우리당이 30일 확대간부회의 자료로 배포한 문건은 노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와 친노(親盧)세력의 영역 확대를 노리는 계산속을 짚고 있다. “청와대가 새로운 대결 소재로 정국 주도를 꾀하고 있다”고 한 대목은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분석하는 ‘저의’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노 대통령이 임기말, 특히 다음 5년의 국정을 이끌 차기 대선을 4개월 앞두고 그 선거정국을 향해 자유와 권리의 논란을 유도하려는 것은 특유의 ‘의제 헤게모니’라고 한 우리 시각과 근저의 맥을 같이한다. 취재를 막아 정보를 독점하고 그로써 국민을 편갈라선 안된다는 우리 지적이 유효함은 물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 대통령의 ‘홍위 부처’들이 이미 나섰다. 통일부가 앞서 특정 신문의 취재를 거부하는가 했더니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기자의 사무실 출입을 막기 시작했다. ‘신문없는 정부’로 기우는 노 대통령의 독재를 어디어디가 받들어 제3, 제4의 홍위 부처를 자임하고 언론자유와 자유언론의 역사에 흑점을 더할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