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 집 근처에서 실종된 양지승(9·서귀북초등3년)양은 이웃에 사는 40대 남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귀포경찰서는 25일 양양을 유인해 성추행한 뒤 목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내다버린 혐의(살인, 사체유기,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로 송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3월16일 오후 5시쯤 서귀포시 서홍동 양양의 집 앞에서 때마침 피아노학원 차량에서 내려 귀가하던 양양에게 접근, “글을 가르쳐 달라”며 70여m 떨어진 자신의 숙소인 감귤과수원 관리사로 데리고 갔다.

이후 2시간 가량 TV를 함께 시청하다가 양양을 성추행한 뒤 목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관리사 재래식 화장실 옆 쓰레기더미에 내다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24일 오후 5시40분쯤 이 감귤 과수원에서 검은색 비닐에 싸인 양양의 사체를 발견하고, 감귤과수원 관리인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인 송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당초 송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으나 수상한 점이 많아 1시간 여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송씨는 경찰에서 “양양을 성추행한 뒤 지난 97년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으로 청송감호소에 수감됐다가 2004년 출소한 생각이 났다”며 “갑자기 처벌이 두려워져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목졸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2년전부터 현재의 감귤과수원 관리사에서 생활하면서 고물 행상 등을 해온 송씨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21차례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양이 실종 40일만에 끝내 주검으로 돌아오자 양양의 부모는 망연자실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양양의 어머니 박모(39)씨는 24일 오후 감귤과수원에서 딸의 바지와 신발, 양말 등을 확인한 뒤 “지승이 것 맞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양모(43)씨는 “딸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살아서 돌아왔으면 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며 비통해했다. 양양의 부모는 24일 밤 집으로 찾아온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의 면담 요청도 거절했다. 25일 오전 양양의 집 입구에는 인근 주민들이 지켜 서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제주=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