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넘어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를 대표하는 상징물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최고급 호텔로 유명한 ‘버즈 알 아랍’을 꼽을 것이다. 주메이라 해변의 인공섬에 지어진 이 호텔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보다 높은 321m짜리 건물로, 일반객실 1박 비용이 무려 7500디람(약 189만원)에 달한다. 바로 이 건물을 완성한 주인공이 알 하브투르 그룹의 칼라프 알 하브투르(57·사진) 회장이다. 포브스는 최근 알 하브투르에 대한 기사에서 “두바이의 건설 붐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걸프의 골리앗’”이라면서 “성실성과 기회포착 능력 그리고 엄격한 자기관리가 그의 최대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 성실성, 기회포착 그리고 왕실과의 관계가 성공요인 = 두바이 출신의 알 하브투르의 현재 재산 규모는 25억달러.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369위에 오를 정도로 그동안 재산을 착실히 모은 셈이다. 그 배경에는 진주 거래상이었던 아버지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7자녀 중 여섯째였던 알 하브투르가 유달리 야망이 크다는 것을 눈치챈 아버지가 당시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라시드 빈 사에드 알 마크툼이 주최하는 주례회의 ‘마즐리스(Majlis)’에 그를 데리고 다녔던 것. 덕분에 알 하브투르는 2006년 왕위를 계승 받은 왕세자 모하메드와 주말마다 왕궁을 함께 거닐거나, 사막에서 낙타 경주를 하면서 막역한 친구 사이가 됐다. 토후국의 특성상 왕실과의 관계가 사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 하브투르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해 준 셈이다.

물론 본인의 노력이 없다면 왕실과의 끈도 아무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알 하브투르가 처음 UAE 수도 아부다비의 건축회사에서 시간제 근무를 한 것은 15살 때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는 이미 이 회사의 최연소 부장이 됐으니, 얼마나 성실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가 자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70년. 그러나 회사가 ‘골리앗’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전기는 1977년 두바이에서 두번째 왕실병원 계약을 수주 받았을 때였다. 당시 그가 다른 기업이 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소문에 직접 왕실을 찾아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면서 따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전세계 어느 누구와도 경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예상보다 6개월이나 빠른 30개월 만에 병원을 건축하면서 그의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그의 실력에 감격한 라시드 국왕이 병원 3곳과 보건부 건물을 모두 맡겼기 때문. 그가 지금까지 맡은 정부 계약만도 총 34건에 달한다. 그는 또 두바이의 최대 번화가인 셰이크 자예드 거리에 첫 4성급 호텔을 건설하는 등 호텔업에도 손을 댔고, 미쓰비시, 벤틀리 등 외국 승용차 수입 독점권도 쥐고 있다. 최근에는 레바논과 요르단, 이집트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1999년에는 몽키 아일랜드 호텔을 매입하면서 영국 시장에도 뛰어든 상태다.

◆ 엄격한 자녀교육법, 그리고 아랍에 대한 애정 = 알 하브투르의 또다른 능력 중 하나는 기업의 성장과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정면대응하는 것을 즐긴다는 점. 또한 자신의 자녀라고 해서 무작정 호혜를 베푸는 법이 없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는 딸 3명에게 아예 일자리를 주지 않았고,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차남 모하메드(38)를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2차례나 해고하기도 했다. 장남 라시드(41)는 1990년 아버지 회사에 합류했다가 3년 만에 독립했는데, 이유는 혼외에서 낳은 사생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버지와 불화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현재 알 하브투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큰 사무실을 생각하고 귀국했는데, 아버지는 출근 첫날 내게 앞치마를 던져주면서 웨이터로 일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해고도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의 조국과 아랍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하다. 유일한 외국인 회원으로 활동했던 미국 서비스협회의 세계지도자위원회에도 1997년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발, 그만뒀을 정도. 앞서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을 위한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1993년부터 격월지 ‘알 신다가’를 발행, 미국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을 비판하는가 하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아랍의 최고 친구라는 의견을 거리낌 없이 개진하고 있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서구 국가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과 영국 등에 5억달러를 들여 호텔을 건설하려는 그에게 이 시각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브스도 “이제 서양을 바라보기 시작한 그에게 공짜로 충고 한마디를 하자면 그건 ‘정치는 고국에 남겨두고 오라’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