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교민이란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에 놀랐던 국민들은 범인이 한국 교포 학생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2차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과 네티즌들은 한·미 관계 악화와 미국내 한인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한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 “한국인이라니…” 경악=시민들은 만행의 범인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병민(38)씨는 “중국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인이란 발표를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며 “이번 일로 한국인이 매도되거나 미국내 한인들이 보복성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진수(26)씨는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 자체로도 충격적인데 이같은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한국인이라니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라며 “처음에 중국계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한국인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한 네티즌은 “한국인이 그런 사건을 일으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미 국민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했다.

◆“한·미 관계 악화될까” 촉각=한·미 동맹 관계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 절차를 놓고 두 나라가 갈등을 보이고 있던 가운데 불거진 사건이어서 시민들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권태근 선진화국민회의 부총장은 “한·미 FTA 문제가 잘 풀려나가는 시점에서 이같은 일이 불거져 더욱 안타깝다”며 “미국 국민 사이에서 반한 감정 등이 생겨 한·미 FTA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미국 유학 준비생들은 한·미 비자 면제 추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학 준비생 이모(여·22)씨는 “한국에 대한 미국 비자 면제 논의가 거의 막바지라고 들었는데 영향은 없을지 걱정”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sungnan2)은 네이버 게시판에 “3년 뒤 미국에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총기사건 탓에 동양인 미국비자 발급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 유학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고 글을 남겼다.

◆“희생자 애도, 교포 걱정”=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미국의 유학생이나 한국 교포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화일보 홈페이지에 한 독자(jdy2665)는 “참으로 슬픈 일이고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다시는 이런 나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네이버에서 아이디 ‘nice 0612’는 “미국에서 말이 서툴러 어렵게 친구들과 사귀며 학교생활하는데 친구들 볼 낯이 없다”고 걱정했다. 아이디 ‘eodusrhkdsu’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글을 적어 내려 갈 수가 없다”며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미국에서 공부한 박현규(26)씨는 “9·11 테러 당시 아랍계와 인도계 사람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았은데 한인 사회나 동양인들에게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문수(34)씨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들이 보복성 해코지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한국인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석범·민병기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