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한국인 영주권자 조승희(23)씨라는 사실이 밝혀진 17일 밤 이후 18일 오전까지 정부는 한국 교민 및 유학생 안전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미국 당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긴급 대책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교포학생 총기 난사사건과 관련, 이날 한·이탈리아 정상회담 직후 예정된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전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 형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애도 메시지를 낸 바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과 문재인 비서실장, 변양균 정책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등 관련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상황을 보고받은 후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8시 송민순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밤 회의에 이어 밤새 벌어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외교부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불행한 사건 예방을 위해 한인사회 및 유학생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한편, 버지니아공대 현장에 공관 직원을 파견해 조문의 뜻을 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정부는 한인 및 유학생들에 대한 폭력 및 인종차별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타격을 받거나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한덕수 총리 주재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 총리는 심윤조 외교부 차관보로부터 현지상황을 보고받고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신중하고 면밀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 총리는 “우리 한국 국민과 행정부를 대표해 피해를 본 유가족과 미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는 17일 오후 4시쯤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일 가능성을 주미 한국대사관측으로부터 전달받고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는 이같은 미국 국토안보부의 정보를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밤 10시쯤 미국측으로부터 조승희씨가 유력 용의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외교부는 권태면 워싱턴 주재 총영사를 단장으로 하는 긴급 대책반을 현지에서 구성하고 공관 영사와 행정 직원 3, 4명을 버지니아공대 현지에 급파했다.

전 미국 공관에는 교민 안전을 기하도록 긴급 지시가 내려졌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 주재로 차관, 차관보, 각 실·국장 등이 모여 미국 교민사회 안전 대책과 미국내 반한(反韓) 감정을 촉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심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송 장관은 밤 11시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데 대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희생자 가족과 미국 국민들이 슬픔으로부터 회복되길 기원한다’는 내용의 조문 서한을 긴급 발송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정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조문 성명을 발표했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