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에 대해 전 세계는 놀라움과 애도를 표시했다. 외신들은 17일 앞다퉈 이번 사건을 머리기사로 전했으며 교황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 성명도 잇따랐다. 특히 17일 오전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지목된 후 인터넷상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 교황, “깊은 슬픔 느껴” =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일 애도전문을 통해 “이 사건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히고 “용서를 통해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 영적인 힘을 주시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17일 이번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발표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비극적인 사건을 접해 매우 당황하고 유감스럽다”면서 “무고한 시민과 학생 등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라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 성명도 잇따랐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이 미국 정부에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숨진 캐나다 출신 교사 조슬린 쿠튀르 노와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희생자와 가족 및 공동체들과 아픔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도 “어떤 명분을 앞세워도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것은 신성(神聖)과 인간적인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네티즌, “미국이 중국 무시했다” =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17일 하루 극명한 반전을 내보였다.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처음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에 바짝 긴장했다가 이날 밤늦게 한국인으로 확인되면서 내심 안도하는 눈치였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당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사죄성’ 위로전화를 할 계획이었다가 범인이 한국인으로 확인된 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위로전문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네티즌들은 ‘조의’ 속 ‘항의’를 강하게 내비쳤다. ‘신랑’(新浪, www.sina.com)이나 ‘써우후’(搜狐, www.sohu.com) 등 인터넷 포털의 관련 뉴스에는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함께 처음 중국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데 대한 항의의 댓글들이 수백건에서 수천건씩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애도를 표한다” “생명은 존귀한 것” 등의 내용과 함께 “미국이 중국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중국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 등 글을 올렸다.

◆ 유럽언론, “문제는 총기문화” = 유럽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의 총기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빈번한 총기 사건이 ‘아메리카 드림’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평했으며, 영국 더 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미국의 총기법안을 비판했다. 슈피겔 인터넷판도 ‘문제는 찰톤 헤스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총기소유를 지지하는 전미총기협회(NRA)가 이같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미우리(讀賣)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일본 학생을 포함한 아시아 학생들에 대한 보복공격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이영희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