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16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드러나면서 200만명의 미국 한인 사회도 충격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상 최악의 이번 사건이 한인사회 전반으로 불똥이 튀면서 자칫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4·19 폭동’으로 재연될까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 유학생 단체들도 이날 안전문제를 우려, 유학생들에게 음주와 각종 모임을 당분간 삼가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보내고 있다.

◆교민사회 전전긍긍 = LA 타임스는 17일 이 지역 한인 단체들이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LA 한인회 강당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한인 단체들은 이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한편 오후 4시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 총영사관측이 “15년전 LA폭동도 한인사회와 무관하게 발생한 만큼 처신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한인 사회가 인종차별 범죄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도 이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며, 한인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캘리포니아주 한인단체들과 연대, 촛불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워싱턴 한인회와 세계 한인회도 이날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 후유증 최소화에 나서기로 했다.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은 이날 언론에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교육문제를 다시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폭력을 일삼는 무분별한 비디오게임을 막고 전인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북미총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건으로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인 유학생 사회도 ‘사과’와 함께 ‘긴장’= 당장 이번 사건이 터진 버지니아 공대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날 희생자 추모예배에 대거 참석, 학교의 상징인 주황색 셔츠를 입고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사건 현장에서 팔 등에 총상을 입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유학생 박창민씨도 참석했다. 예배에 참석한 정치학과 2학년 김들씨는 “2001년 9·11사건 이후에도 학생들이 무슬림 학생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면서 항의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면서 “유학생들에게 불상사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공대 한인학생회 홈페이지는 접속과다로 다운된 상태다.

8만6000여명에 달하는 한인 유학생 단체들도 유학생들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하고 나섰다. 미시간주립대 한국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이날 “이 사건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술모임이나 주변을 자극할 수 있는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조지아 공과대 한인 학생회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캠퍼스에서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라면서 유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